함양에 瑞氣 흐르는 屋號가 있다!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6/10/19 [14:25]

靑祜한약방·해와 달·백리향·태양이네·만복상회

 

◆이름과 상호 속에 氣가 흐른다
 ○…‘이름’을 영어로는 네임(name), 중국어로는 명자(名字: Ming zi·밍쯔), 일본어로는 명전(名前: なまえ·나마에)이라고 한다. 이름이란 어떤 사물이나 단체를 다른 것과 구별하여 부르는 일정한 칭호, 사람의 성(姓) 뒤에 붙여,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명칭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함양읍내 모든 가게에도 저마다의 독특한 이름(商號)이 있다.


 하약국, 대암서적, 은하사진관, 영빈이네, 미르, 삼일식당, 함양어탕집, 연다방, 동창세탁소, 동해물약국, 상림탕, 옥연가…등.


 몇 일전, 이른 아침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사기 위해 성심병원 옆 LG 편의점을 찾았다. 신문을 2부 구입한 후 샛길을 걸어가는데 ‘청호당한약방’ 간판이 보였다. 청호(靑祜)라? 청호….

▲     © 함양군민신문

 


 누가 작명을 했는지 심오하고 서기 어린 상호로구나! 푸를 청(靑)에 복이 두텁다 혹은 신이 주는 행복 호(祜). 손가락으로 호(祜)를 허공에 적어본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제1 문왕지십 249 ‘하무(下武)‘에 호(祜)란 글자가 등장한다.

 

 昭玆來許(소자내허) : 앞으로 올 날 밝히어
 繩其祖武(승기조무) : 조상의 발자취를 밝히시면
 於萬斯年(어만사년) : 아, 만년이 되도록
 受天之祜(수천지호) : 하늘의 복 받으시리라

 

 호(祜). 획수는 총 10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수는 보일 시(示·5획)다. 한문학자 김문선이 호(祜)를 아래와 같이 풀이했다. “왼쪽 示는 하늘, 두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른쪽 고(古)는 옛 고 자(字)로 되어 있지만 달리 큰 하늘의 기운, 옳음, 진리를 의미합니다”


 이를 의역하면 “하늘 아래 두 남녀(부부, 애인, 형제, 부모)가 하늘의 큰 기운을 받아 올바르게 살아간다”가 되겠다. 청호(靑祜) 두 글자 속에 서기가 흐르고 있다.


 함양읍내에 청호한약방 외에도 꽤, 괜찮은 가게 상호들이 많다. 기회가 되면 이를 테마로 한 기사를 한번 써봐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다.


◆박정희 딸 근령 왜 이름을 바꿨나?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박근령.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이다. 199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 육영재단을 놓고 언니 박근혜와 피 터지는 싸움을 벌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언니는 육영재단을 절대 내놓지 않으려 했다. 동생은 육영재단을 접수하기 위해 모든 정치적 역량을 동원했었다. 그 결과 근령 씨가 육영재단을 접수(?)하게 된다. 

▲     © 함양군민신문

 

 

 당시, 필자는 이 사태를 취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근령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근령 씨 최측근(박봉수)이 필자에게 다짜고짜 “격암유록(格菴遺錄)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격암유록』이란 조선 명종 때의 예언가 격암 남사고(1509년~1571년)가 어린 시절 ‘신인(神人)’을 만나 전수받은 후 쓴 비서(秘書)이다.


 세론시(世論視), 계룡론(鷄龍論), 궁을가(弓乙歌), 은비가(隱秘歌), 출장론(出將論), 승지론(勝地論) 등 60여 장의 논(論)과 가(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역학·풍수·천문·복서 등의 원리를 이용해 한반도의 미래를 기록하고 있다.


 임진왜란, 동학 농민 운동, 한일 병합 조약 뿐 아니라 한반도의 해방과 분단, 한국 전쟁,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등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등 한국의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어 한때 세간의 눈길을 확! 끌었었다.


 “아, 그래요? 글쎄, 박근령 이사장(육영재단)이 몇 일전 격암유록 해설자 신유승을 만나 이름을 바꿨답니다. 서영(書永)이라고요. 무엇 때문에 부모님이 준 이름을 바꿨는지 모르겠네? 그것 한번 취재해보쇼 흐흐흐”


 신유승. 부산고와 부산 수산대학교를 나온 후 뱃놈생활을 하다가 항해 도중 신의 계시(?)를 받고 성명학자로 변신한 인물이다. 주요저서로는 『갑골문자로 푼 신비한 한자』가 있다.


 당시 그는 서울 신촌시장 강화행버스 정류장 쪽에서 점집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즉각 신유승을 만났다. “허허, 자기(박근령) 발로 나를 찾아왔더라,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게야, 내가 물었지. 왜요? 동기(同氣:자매)간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할 터인데, (육영재단을 놓고) 너 죽고 나죽자 처절하게 싸움박질을 하고 나니, 너무나 서글프네요. 돌아가신 부모님 뵐 면목도 없고(사이) 문득 제 이름이 싫어졌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더럽혔으니, 바꾸고 싶어요, 좋은 이름 좀 지어주세요”


 “아하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런데 왜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책 서 자 書永이라고 지어줬나?”


 “여기서 말하는 서(書)란 책을 말한다. 책!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책이 아냐? 격언 중에 책속에 길이 있다 그런 거 있잖아? 길을 찾아라, 올바른 길을 찾아라, 입신양명, 그런 의미에서 書를 줬네, 내가 목욕재계하고 신중히 지은 이름일쎄…물론 이름(성명)의 음양조화와 삼원오행과 음오행, 원격, 형격, 이격, 정격으로 나눠지는 수리오행에 입각해 지은 이름이야”


◆이영재 전 도의원 모친 증언
 ○…함양읍에도 ‘박근령’처럼 개운(開運)을 하기 위해 개명한 이가 있다. 이영재 전 경남도의원 막내동생이다. 함양읍내 상호 속에 담긴 의미를 취재하기 위해 10월 15일 새벽, 지리산함양시장에 들렀더니 이영재 전 도의원 모친이 부지런히 가게(유진상회) 물건을 진열하고 있었다.  “아침일찍 대단하십니다. 노친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     © 함양군민신문

 


 “어허, 우리 막내 보성이 가게요. 막내가 ‘어무이 제가 물건 옮길테니 하지 마세요’ 하지만 어디 어미 마음이 그럴 수 있소. 자식 (가게) 잘 되라고 힘 남아 있을 때 도와줘야지”


 “보성이? 어? 큰아들은 영재, 차남은 현재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막내 이름이 왜 보성이입니까? 배 다른 자식입니까?”


 “아이라(아니다), 내 새끼요. 원래 이름이 삼재인데, 어느 스님이 이름 바까야 오래 살고 장사 잘 된다 캐서 이름을 안 바깠소 흐흐흐” “그래 개명하고 나서 장사가 잘 됩디까?” “글쎄 차츰차츰 안 잘되겠닝교”


 이름을 바꾼 후 대성한 이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의 원래 이름은 대중(大仲)이었다. ‘버금갈 중(仲)’ 원형이정 수리가 9. 11, 14, 17이다. 그랬는데, 이영재 전도의원 모친처럼 어느 현인이 나타나 “사람 인(人)변을 떼라, 떼면 원형이정 수리가 7,11,12,15가 된다. 이 수리를 소지해야  용상에 오른다” 해서, 대중(大中)으로 바꿨다한다.

▲     © 함양군민신문

 


 이보성 가게(약초 전문) 옆에 만복상회가 있다. 오미자효소 등을 판다. 만복은 참 정겨운 이름이다. 이름 속에 시골스럽고 순박함이 묻어 있다.

▲     © 함양군민신문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저는 만복이라는 이름을 참 좋아 합니다, 만복이, 어리숙하지만 마음이 푸근한…자신은 비록 손해 볼지언정 남에겐 정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천진난만한 사람을 우리는 만복이라고 하지요”


 일만 만(萬)에 복 복(福) 자 만복(萬福). 온갖 복록을 의미한다. 새해 연하장에 이런 글귀가 있다. “올해는 기백이 넘치는 용의 기운을 받으시고, 아울러  만복운집(萬福雲集) 하소서”


 운집(雲集)은 ‘구름처럼 가득하다’는 뜻이다.

 

◆益壽多好年
 ○…함양읍 학사로길에 ‘해와 달’ 해물찜집이 있다. 해와 달은 일월(日月)의 순우리말이다.

▲     © 함양군민신문


 필자는 상림탕 옆 ‘해와 달’ 간판을 쳐다보며 돌아가신 모친을 생각한다. 모친께서는 살아생전 어쭙잖은 아들을 위해 산기도를 자주 갔다. 아마 그 곳에서,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일월성신을 향해 아들의 안위를 빌었으리라.


 “일월성신 소림하여 연년 익수다호연(益壽多好年·장수 축원)”이라고. 일월(日月)은 인간의 성정과 건강을 관장한다. 무당은 일월명도(日月明圖)라는 신경(神鏡)을 갖고 있다. 일월명도(日月明圖)는 일종의 청동거울이다. 앞은 부르고, 뒤에 해, 달, 별과 일월(日月), 대명두(大明斗)의 글자를 새겨져 있다. 무당은 이 거울로 태아의 이목구비를 조정하고 바르게 한다고 한다.


 ‘해와 달’ 주인장 박석규 씨는 도종환 시인 마니아이다.


 식당 벽에 도종환의 시 ‘담쟁이’가 적혀져 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하략)

 

 ○…함양읍내 파출소 옆에 태양이네 과일가게가 있다. 여주인 임미정 씨에게 “왜, 옥호가 태양이네 인가요?” 물었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내 사랑하는 아들 이름”이라고 한다. 아들 이름 하나, 당차고 대단한 이름이다. 太陽!


 태양을 한문으로 날 일(日)이라고 한다. 일(日) 자의 독음은 충실할 실(實) 자와 같은 계열이다.


 『천부경』에 “本心本太陽昻明(본심본태양앙명)”이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인간의) 본래 마음은 원래 태양처럼 밝고 밝다)” 해서, ‘태양이네’는 충실한 과일이 가득한 가게, 本心本太陽昻明의 기운이 가득찬 상점이라고 의역할 수 있겠다.

 

◆백리향 짬뽕은 맛있어!
 ○…함양읍 학사로길 함양군민신문 옆 골목에 중화요릿집 ‘백리향(百里香)’이 있다. 짬뽕 맛이 유별나다. 홍합, 오징어 등을 재료로 한 짬뽕이 찌그러진 냄비에 담겨져 나온다. 짬뽕을 달리 초마면(炒碼麵)이라고 한다. 해산물 혹은 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기름에 볶은 후, 닭이나 돼지뼈로 만든 육수(肉水)를 넣어 끓이고 삶은 국수를 넣어 먹는 음식이다.

▲     © 함양군민신문

 


 백리향은 나무 이름이다. 백리향(百里香)은 일명 선향초(癬香草)라고도 한다. 꿀풀과에 속하는 낙엽 반관목으로 키는 15cm정도인데 강한 향이 있다. 백리향이라는 이름처럼 향기가 백리까지 퍼진다는 뜻이다. 줄기나 잎을 비벼서 으깨면 더욱 강한 향이 퍼진다. 서양에서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백리향을 키웠는데, 그리스인들은 행동과 용기의 상징으로 생각했으며, 로마인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식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중세 시대에는 수프로 먹기도 했는데, 수줍음을 없애주고 뇌를 강하게 하며 오래 살게 해준다고도 믿었다.


 그럼, 5리향, 십리향, 천리향, 만리향은 없나? 있다. 은목서가 바로 만리향이다. 9~10월에 짙은 황금색으로 꽃 핀다. 모과향 비슷한 향기가 나는데 가히 환상적인 향기라 할 수 있다. 천리향은 서향나무를 두고 말한다. 봄에 진한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고 한다. 십리향(十里香)은 난(蘭)의 별칭이다. 5리향은 배롱나무(목백일홍)의 별칭이다.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며 국수 먹는 즐거움
 ○…함양읍에서 인월 가는 국도 한켠에,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등장함직한 주막이 있다. 상호는 1950년대 대중가요 이름에서 차용했다. ‘번지 없는 주막’

▲     © 함양군민신문

 


 여름철, 매미소리 들으며 먹는 국수와 부침개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장작나무로 구운 삼겹살도 판다. ‘번지 없는 주막’ 마당에 튼실한 느티나무가 있다. 멸치국수를 먹으며 지나가는 완행버스를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찮다. 대중가요 ‘번지 없는 주막’은 박영호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


 백년설은 1940년대를 대표하는 남자 가수로 활동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모은 남인수, 김정구, 진방남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한 편이라면, 백년설은 음정을 흔들어 구수하면서도 듣는이에게 절규하는 듯한 독창적인 호소력이 특징이다.


 ‘번지 없는 주막’ 노랫말은 아래와 같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궂은비 나리는 이 밤도 애절구려/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어느 날자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하략)”   
 

 함양 명물 ‘번지 없는 주막’에서 흘러간 옛노래, 백년설의 ‘번지 없는 주막’을 부르며 국수 안주에 막걸리 한 잔 하노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사족=추후, 함양읍 외 서상면, 마천면 등 기타 지역의 음식점·상점·떡집 상호 작명 비하인드를 취재해 본지에 소개코자 한다. 이와 관련,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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