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의 향토음식 : 진주교방음식 ‘유곽’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6/25 [15:32]

▲ 조개는 강장효과·알콜 분해·숙취해소·피로회복에 탁월하다. 사진은 방아잎, 파, 마늘, 된장, 고추장, 참기름을 조개에 얹어 화톳불에 올려둔 모습.     © 함양군민신문

 

칼슘·인·철분 등 무기질·비타민 다량 함유
3~5월 잡히는 조개 중 3년생이 가장 맛나

 

유곽은 개조개라고 부르는 대합의 살을 발라내어 굵직굵직 다진 후 팬에 살짝 볶아 물기를 뺀 다음 방아잎, 파, 마늘, 된장,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섞어준다. 물기 뺀 대합 껍질 안쪽에 참기름을 바르고 양념한 대합살을 채워 담고 대합뚜껑을 닫은 뒤 석쇠에 굽는다. 개조개의 농후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진미가 난다.

 

또 다른 방법으로 대합살을 발라내어 다지고 제 살만으로 양이 부족해서 바지락, 소고기를 다져 섞어서 채워 넣고 밀가루, 달걀을 씌워서 지지거나 굽거나 하여 혼례 이바지 음식으로 장만하기도 한다. 진주에서도 대합이 짝이 잘 맞는 음식이라 하여 이바지 음식에 꼭 쓰인다.

 

혼례식이 끝나고 나면 신부 집에 신방을 차리고 첫날밤을 보낸다. 신혼부부는 다시 시댁으로 가서 시부모님께 첫인사를 드리게 된다. 이 때 신부집에서는 고기와 포, 떡과 과일 등으로 음식을 마련하는데 이것을 이바지 음식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껍질 두개가 꼭 맞물려 있어 부부화합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 혼례음식으로 필히 이용된다.

 

‘봄 조개 가을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가을조개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한다. 봄 조개는 속살이 포동포동 살이 올라서 졸깃거리면서 감칠맛이 난다. 개나리, 진달래가 지고 나면 조개 맛이 들면서 생물 중에서 가장 짙은 감칠맛이 나면서 달디 달아진다. 이것을 숯의 화력이 빵빵한 화톳불에 개조개를 구워내면 말 그대로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그런데 개조개구이를 왜 유곽이라 했을까. 기름 유자에 상자 곽자? 아님 젖 유에 상자 곽인가?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향토음식편에 유곽이 경상도 음식으로 ‘조갯살을 발라 잘게 다져서 된장, 고추장 갖은 양념 넣고 살짝 볶아 조개껍질에 다시 담아 석쇠에 굽는다.’라고 나온다. 열을 가하면 젖처럼 뿌연즙이 부글부글 나온다. 개조개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 전반에 걸쳐서 나올 정도로 흔한 수산물이다. 온동네 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매우 흔한 조개라는 의미로 개조개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는 갯벌 갯자로 갯조개가 발음하기 힘들어 개조개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개기름, 개죽음, 개꿈, 개구멍 등 개자가 붙으면 어감이 좋지 않다. 국어사전에도 참 것이 아닌 것으로 되어있다. 개살구, 개복숭, 개망초 등 식물에 개 자가 붙으면 야생 그대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스개 소리지만 예전에 공부 잘하는 자식은 출세하여 서울로 가버리고 공부도 못하고 부모 속만 썩히던 개자식은 늙어서 부모님 곁에 남아 효도한다고도 했다. 개조개는 못 먹는 조개거나 맛이 없는 조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조개는 값비싼 고급 조개류이다. 경남 해안가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릴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수심 20m에서 40m 정도의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기에 잠수부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서 채취해야한다. 오염 없는 청정지역에서만 생산되는데 맛도 영양도 뛰어나다.


평균 수명이 3~4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영양이 풍부한 해저에 부착하여 성장하면서 플랑크톤을 비롯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삼천포를 비롯한 남해안 어업인들의 소득 향상에 기여해왔다. 사천 앞바다에서는 쓸어 담을 정도로 많았고 광양만과 섬진강 하구의 개조개가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로 간척사업과 수온이 상승하면서 자원이 급격히 감소되었다.


가을부터 봄까지 식용할 수 있는데 특히 3~5월에 잡히는 것이 맛이 가장 좋다. 3년생이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개조개는 들어보아 무겁고 건드렸을 때 수관이 움추려 드는 것이 살아있어 신선하다. 두개를 잡아서 부딪혀 보아 맑은 소리가 나면 신선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 안에 뻘이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 모래가 들어 있을 수 있으므로 엷은 소금물에 담가 3~4시간 해감을 시켜야 한다.


칼로 조개 껍질 사이에 위 아래로 칼집을 넣어 벌리고 껍질에 붙은 살을 잘 도려낸다. 수관을 반으로 갈라서 끼여있는 모래를 제거하고 내장을 눌러서 떼어낸다음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없애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쓰면 된다. 개조개는 일반 조개보다 크기가 커 대합이라고 불리는데 정확한 이름은 아니다. 껍질 색이 회백색인 것이 많고 다 자란 것은 껍질 안쪽에 진한 자주색이 보인다.


국물 맛이 시원해 구이뿐만 아니라 미역국에도 전골, 찌개 등 다양하게 두루 쓰이는 식재료이다. 안동 장씨 부인이 쓴 고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대합구이 기록이 있다. ‘간장기름치고 파 송송 썰어넣고 숯불에 석쇠 놓고 노랗게 지지면 아주 맛이 좋다.’


서부경남의 중심지인 진주는 고성, 통영, 사천, 하동, 광양, 남해 등 바다가 인접해 있다. 지금도 진주 중앙시장, 어물전 거리는 대합을 비롯해 백합, 홍합, 우럭조개, 바지락, 피조개, 꼬막 등 조개류들이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


개조개는 조개 중에서 단백질이 풍부하여 거의 생선과 비슷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각종 수산물의 성분을 분석한 자료에도 고단백 저지방의 대표주자이다.


가식부 100g 당 단백질 함량은 15.1g으로 굴보다 5g 더 많은 반면에 지방은 1.2g이다.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 함량이나 비타민 함량도 월등해서 패류는 물론 어느 어류나 육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히스티딘과 글리코겐이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호박산, 글루타민산이 있으며 시원한 맛을 내는 타우린, 베타인이 많아 강장효과도 있다. 타우린, 베타인 성분들은 알콜 분해를 도와 숙취해소와 피로회복에도 빠른 효과를 낸다.


또한 간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술국, 해장국으로도 좋다.

 

▲ 개조개는 다른 조개류와 마찬가지로 정력제로 옛날 요정이나 고급한정식에서 널리 애용되었다. 사진은 조갯살을 발라 잘게 다져서 된장, 고추장 갖은 양념 넣고 살짝 볶아 조개껍질에 다시 담아 석쇠에 굽는 개조개 구이.     © 함양군민신문


개조개는 다른 조개류와 마찬가지로 정력제로 옛날 요정이나 고급한정식에서 널리 애용되었다. 술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요리가 바로 유곽이다.


재미교포로 일본에 계시는 필자의 큰 아버지는 한국에 나오시면 진주 수정동 기생이 있는 요정에서 한국 친구분들을 만나시곤 했다. 필자의 어린시절 수양딸로 일본으로 데려가고자 했던 큰아버지를 따라 기생집에 딱 한번 가본적이 있다. 어린아이 눈에도 진주기생들은 너무 예쁘게 보였고 노래를 부르고 장구를 치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마침 음식이 가득 차려진 큰상이 방에 들어왔는데 마치 꽃밭처럼 보였다. 그 많은 음식 중에 소금 위에 큰 조개가 올려져 불꽃에 지글지글 굽히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     ©함양군민신문

 

정계임 박사
대한민국식품명인제56호/경상남도최고장인(요리분야1호)
현농업법인일신푸드팜대표/일신외식연구소소장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자유전공학부겸임교수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밥상의 전설, 6시내고향 외 다수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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