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의 약초이야기 - 싸리나무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5/28 [13:33]

 

▲ 싸리나무 잎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열을 내리며 비타민 C가 많다. 사진은 싸리나무(사진제공=강신근)     © 함양군민신문

 

신장염·신부전증·콩팥경화증·고혈압 예방
싸리나무꽃 노폐물 배출…피부결 좋아져

 

# 싸리나무 회초리에 얽힌 이야기

조선시대 영조임금 때 어사 박문수가 나라의 큰 임무를 띠고 경상도를 탐방할 때였다.
 
어느 날 첩첩산중에 갇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밤을 맞았다. 그믐밤 외진 산속에 있는 잡 한 채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문을 두드리니 아름답고 예쁜 젊은 부인이 남편은 출타 중이고 방도 한 칸 뿐이라 외간 남자를 재워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박문수는 이대로 산을 헤매다가는 산짐승을 만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니 재워 달라고 간청하였다. 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집안에 들어오게 하여 저녁을 대접하고 잠자리에 들게 하였다. 방이 한 칸이라  치마로 방을 나누고 각각 등을 돌리고 누웠으나 박 어사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혼이 빠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여인을 껴안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여인은 일어나 박문수를 호되게 나무랐다.
 
여인은 서릿발 같이 꾸짖고는 대뜸 밖에 나가서 회초리를 만들어 오라고 하였다. 박문수는 자기가 만들어 온 싸리나무 회초리로 종아리에 피가 맺히도록 맞았다. 여인은 상처에 맺힌 피를 명주 천으로 감아 주면서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피를 한 방울이라도 소홀히 버려서는 안 되며, 이 피 묻은 명주를 가지고 다니다가 다음에 혹 나쁜 마음이 생기면 교훈으로 삼으라고 주었다고 한다.

 

몇 달 후 박문수는 다시 낯선 집에서 하룻밤을 재워줄 것을 청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안주인이 박 어사를 잘 대접하고, 밤이 되자 속옷 차림으로 방으로 찾아들었다. 박문수는 몇 달 전 회초리로 맞은 생각이 나서 여인에게 행실을 바로 하라고 꾸짖고 회초리를 꺾어 오라고 했다. 이 때 다락방문이 열리고 그 여인의 남편이 도끼를 들고 나와 박문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자신이 남편이며 부인의 행실이 나쁘다는 걸 알고 현장을 덮쳐 죽일 생각으로 출타한다고 말해놓고 다락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이토록 고매한 인격을 가진 분인 줄 모르고 해칠 뻔했다고 말했다. 몇 달 전 그 싸리 회초리의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역사에서 박문수의 업적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발췌- ‘우리나무 백가지’ 이유미 지음)  

 

# 양지쪽 산비탈에서 잘 자라

싸리나무는 콩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다. 키가 2~3m 자라고 지름은 2~3cm까지 자란다. 드물게 팔뚝만큼 굵은 것도 볼 수 있다. 잎은 세 개의 타원 꼴로 된 쪽잎이고 연한 분홍빛 또는 연한 보랏빛 꽃이 9~10월에 피어 가을에 지름 2~3mm 되는 둥근 씨앗이 달린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잘 자라는데 특히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양지쪽 산비탈에서 잘 자란다.
 
싸리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한테나 친근한 나무다. 초가을에 산기슭을 온통 연한 보랏빛으로 뒤덮는 꽃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또 꽃에 꿀이 많고 꽃향기가 좋아서 벌과 나비,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다. 다래끼나 바지게, 지팡이, 회초리 등으로 가장 흔하게 쓰는 나무여서 서민들의 생활과 가장 가까웠던 나무라 할 수 있다.

 

▲ 싸리나무 씨는 단백질과 전분, 지방질이 많고 여러 가지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식량 대신 먹을 수 있다. 사진은 싸리나무 꽃(사진제공=강신근)     © 함양군민신문

 

# 단백질·전분·지방질 풍부…골다공증·관절염 예방

싸리는 옛날에 구황식물로 중요하게 썼다. 봄철에는 어린 싹을 나물로 먹었고, 가을에는 씨를 받아서 가루로 만들어 죽을 쑤어 먹고 밥에 섞어 먹기도 했다. 싸리나무 잎을 살짝 데쳐서 양념을 해서 먹어도 맛이 괜찮고 잎을 차로 달여 먹어도 좋다. 싸리나무 잎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열을 내리며 비타민 C가 많다. 줄기나 뿌리껍질을 말려서 가루 내어 밀가루와 섞어서 국수로 만들어 먹는 풍속이 있다.
 
싸리나무 씨는 단백질과 전분, 지방질이 많고 여러 가지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식량 대신 먹을 수 있다. 싸리나무 씨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볍워지고 기운이 나며 몹시 힘든 일을 해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된다.
 
옛말에 싸리나무 씨를 먹고 백 살이 넘도록 살았다거나 싸리나무를 오래 먹었더니 힘이 몹시 세어지고 튼튼해져서 겨울에도 추위를 모르고 살았다는 애기가 전해진다. 차력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산속에서 무술 수련을 하는 사람들도 싸리나무 열매나 뿌리껍질을 많이 먹었다. 싸리나무 씨와 뿌리껍질을 늘 먹으면 뼈가 무쇠처럼 튼튼해져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에 잘 걸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심하게 부딪혀도 여간해서는 뼈를 다치지 않는다.

 

# 몸속 질소 배출 탁월

싸리나무는 생약 명으로는 호지자(胡枝子)라 하며,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싸리나무 잎에는 알칼로이드, 플라보노이드, 아스코르빈산이 많이 들어 있고 껍질과 줄기에는 사포닌이 들어있으며, 뿌리껍질에는 여러 종류의 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피와 간의 콜레스테롤 양을 낮추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몸속의 질소 성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이 있다. 잎을 달여서 신장염, 신부전증(투석하는 사람은 싸리잎, 질경이, 옥수수 수염을 섞은 차를 추천한다), 콩팥경화증 등에 쓰고,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싸리나무는 결막염이나 눈 충혈 등 갖가지 눈병에도 효험이 있다. 가지껍질이나 뿌리껍질을 진하게 달여 죽염이나 꿀을 약간 섞은 다음 고운 천으로 두세 번 걸러서 눈에 한두 방울씩 넣는다. 눈의 피로, 결막염, 눈 충혈 같은 것들이 잘 없어진다.
 
살결을 곱게 하고 주근깨나 기미 등을 없애려면 가을철에 싸리나무 꽃을 따서 50도 이상 되는 소주에 담가 우려내어 살결에 바른다. 싸리나무 꽃을 달인 물로 목욕을 해도 좋다. 꽃은 땀을 잘 나가게 하고 피부 깊숙이 들어 있는 갖가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한다. 꽃을 모아 차로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어도 좋다.

 

#편두통·후두통 등 여러 종류 두통에 효험

싸리나무 잎은 골치 아픈 두통에 좋다. 두통은 가장 흔한 증상으로 신경을 많이 쓰거나, 여러 가지 중독, 신경쇠약, 출혈, 고혈압 등으로 인해 생긴다. 보통 고혈압으로 인한 두통은 아침이나 밤에 뒷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은 오전에 윗머리가 아프다. 때로는 머리를 흔들거나 머리를 갑자기 들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신경쇠약으로 인한 두통은 머리가 무겁고 텅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 아프다. 또 한쪽 머리가 발작적으로 아픈 것은 편두통이라 하는데 보통 몸을 움직이거나 누울 때 더 아프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덜 아프다. 술이나 담배 중독, 만성 신장염, 변비, 만성위염 등을 인한 두통은 대개 앞이마가 둔하게 아프다.
 
이처럼 두통은 아픔의 성질뿐만 아니라 아픈 시간, 아픈 부위도 각기 달리 나타난다. 따라서 두통은 결코 진통제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며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어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싸리나무 잎은 머리의 열을 내리고 두통을 낫게 한다. 편두통이나 후두통 등 여러 종류의 두통에 효험이 좋다. 잎을 먹는 방법은 이른 봄에 부드러운 잎을 따서 녹차 만드는 과정 처럼 하여 보관하고 한번에 10~15g을 달여 하루 세 번 나누어 마시거나, 잎을 가루 내어 한번에 4~5그램씩 먹거나 꿀로 버무려 알약을 빚어 먹어도 좋다.
 
두통을 없애는 토종 약초를 소개하면 비단풀, 천궁(쌀뜨물에 하루 담가서 쓴다), 산국화, 도꼬마리, 천마 등이 있다.

 

▲     © 함양군민신문


강 신 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민간약초강사
진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민간약초자격반 강사
한국치매예방협회 치매예방전문강사
글로벌코딩연구소 자문이사
곤명농협사외이사
학교법인 한가람학원(진주보건대학교) 감사
민간약초관리사
민간약초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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