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의 향토음식 : 서포정구지김치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5/28 [13:31]

 

▲ 부추는 뱃속이 냉하면서도 허리가 약할 때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부전이나 어혈에 의해 생긴 신경통이나 요통에 효과가 있다. 사진은 서포 정구지김치     © 함양군민신문

 

감기-생리통 효과·복부 냉증 개선
멸치젓국으로 절여야 감칠맛 풍부

 

경상도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 하여 멸치젓을 듬뿍 넣고 젓내가 폴폴 나게 정구지 김치를 담가 먹는다. 정구지라는 말은 부부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부추는 남자들의 양기를 돋우어 주는 풀이라는 뜻으로 ‘기양초’또는 ‘장양초’라고 하고 또 풀에서 나는 젖이라는 뜻으로 ‘초종유’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 부채, 부초, 난총, 졸, 솔, 소풀 등 부르는 호칭이 다양하다. 제주도에서는 ‘새우리’라고 한다. 또 장복하면 소변줄기가 벽을 뚫는다는 ‘파벽초’라고 한다. 이렇듯 유난히 이름이 많은 이유는 풍부한 영양과 효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추는 예로부터 심통을 완화하고 복부의 냉증을 개선하는 강장채소로 손꼽히는 식품이다. ‘봄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 ‘봄부추는 아들대신 사위 준다.’, ‘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도 안주고 신랑만 준다.’는 등 많은 속담이 전해 내려오는 것만 봐도 부추의 효능은 알만하다.

 

불가에서는 음욕과 분노를 일으키는 다섯가지 채소인 오신채 중의 하나이다. 부추는 채소 가운데 가장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과 손발이 차거나 하복부가 차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술 마신 다음날 설사가 날 때도 부추가 최고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감기예방 뿐만 아니라 생리통에도 효과가 크고 어혈을 풀어준다. 또 대·소장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부추는 강한 항균작용 뿐만 아니라 약물중독을 해독하는 작용과 지혈작용이 있으며 구자라고 부르는 부추씨는 몽정, 조루, 요백탁 등에 약으로 쓴다.


구(?)는 잎이 땅으로 나온 모양을 본뜬 것이며 한번 심으면 오랫동안 살며 1년에 여러번 잎을 따도 죽지 않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부추는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늦여름에 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기도 하는데 매콤함과 향긋함이 어우러져 기대 이상이다.

 

부추는 오행과 오덕을 갖추었다한다.


줄기는 흰 구백, 싹은 노란색이라 고황, 잎은 파래서 구청, 뿌리가 붉어 구홍, 씨앗은 검어 구흑이라 했다.


날로 먹어도 좋아 일덕, 데쳐먹어도 좋아 이덕, 절여서 먹어도 좋으니 삼덕, 오래두고 먹어도 좋아 사덕, 매움이 항상 변치 않으니 오덕이라 하여 다섯가지 덕을 갖춘 것이다. 그래서 ‘채중왕’이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부추를 ‘간의 채소’라 하여 “김치로 만들어 늘 먹으면 좋다.”라고 했을 정도로 간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좋다.

 

생즙을 내어 식초를 조금 타서 마시거나 사과즙과 같이 갈아서 마셔도 좋다. 부추를 된장찌개에 넣어 된장의 짠맛을 중화해주고 나트륨을 배설하여 주는 칼륨도 많아 된장과 부추는 궁합이 맞다. 된장을 넣고 부추장떡을 만들어 찐 다음 햇볕에 꾸득꾸득 말려 두었다가 참기름에 살짝 볶아도 맛있다. 부추죽을 끓일 때는 부추에 함유한 유화알릴성분이 열에 의해 파괴되기 쉽기 때문에 죽을 다 쑨 다음에 부추를 송송 썰어 넣어 살짝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만점, 약효만점인 부추는 고려시대에 쓰인 <향약구급방>에 기록이 처음 나온다. 본초강목에도 ‘부추생즙을 마시면 천식을 다스리고 신장과 비뇨, 생식기를 덥히고 정신을 안정시킨다.’라고 되어 있다.

 

<정조실록>에서는 정조가 “부추나물에 소금국이 비록 박하기는 해도 내주의 진수성찬보다 맛은 더 좋으니 경들도 한번 배불리 먹어보라.”고 전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부추는 위와 장의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뱃속이 냉하면서도 허리가 약할 때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부전이나 어혈에 의해 생긴 신경통이나 요통에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는 부추가 식용 외에도 외상이나 손 튼데, 동상 등에 잘 듣는다고 알려져 있다. 로마의 네로황제는 연설할 때 목청을 좋게 하는 약으로 상식했다고 한다.

 

부추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세포의 변이와 파괴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능이 있다. 게다가 비타민 B군이 들어있어 꾸준히 먹게 되면 에너지 대사와 신경전달물질의 호르몬 생합성에 관여하여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부추의 황화알릴성분은 비타민 B군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피로회복의 기능이 상승된다.

 

국내에서는 일반부추, 영양부추라고 하는 솔부추, 두메부추로 총 3종이 재배되고 있다. 두메부추는 한국토종음식 재료로 잎의 단면이 통통하고 내부에 미끈거리는 진액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야생으로 자란 두메부추는 칼로 자른 단면에 하얀즙이 맺혀있다.

 

부추의 매운향을 구성하는 휘발성 향미성분은 육류의 누린내가 해산물의 비린내를 제거한다. 재첩국이나 바지락 국물에 부추를 송송 썰어 띄워먹거나 만두를 만들 때도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를 섞어 소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돼지고기를 채썰어 부추와 함께 볶아 먹는 부추잡채도 좋다.

 

▲ 부추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세포의 변이와 파괴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능이 있다. 사진은 부추 겉절이     © 함양군민신문

 

부추의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살짝 볶아 먹으면 흡수률을 더 높여준다. 전을 부쳐먹어도 좋다. 이렇게 익혀서 먹으면 위액 분비가 왕성해져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부추를 데쳐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무쳐 부추나물을 만들어 국수나 비빔밥 위에 얹어 비벼먹기도 하고 장아찌나 겉절이를 해 먹어도 맛있다. 또 오이소박이에 속으로 부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오이의 찬 성질을 누그러트려 준다.


부추김치는 소금에 절이면 질겨지고 제 맛이 안 난다. 부추김치 담글 때는 멸치젓국을 뿌려서 절여야 제 맛이 나고 다른 채소보다 풋내가 나기 쉽기 때문에 살살 버무리는 것이 요령이다. 멸치젓갈은 미생물이 단백질을 분해하여 각종 아미노산, 유산균, 무기질 등이 풍부하고 잘 삭은 멸치젓갈의 맑은 액젓은 감칠맛이 풍부하다.


‘그해 처음 나온 부추는 사위한테도 안주고 혼자 먹는다’는 말도 있다. 부추김치는 오래 두어도 맛이 좋으니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부추김치로 활력을 찾아보면 어떨까?

 

▲     ©함양군민신문

 

정계임 박사
대한민국식품명인제56호/경상남도최고장인(요리분야1호)
현농업법인일신푸드팜대표/일신외식연구소소장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자유전공학부겸임교수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밥상의 전설, 6시내고향 외 다수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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