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명리학자 霽山 박 도사의 역술세계 ②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6/08/24 [15:01]

 

▲     © 함양군민신문

 

이혼 직전, 부랴부랴 함양에 내려온 재벌 총수 사모님

 ○…제산(霽山) 박재현(이하 박 도사라 칭한다)은 명리학자이다. 사주추명학이란 무엇인가? 사주추명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려는 다양한 인문학적 체계 중 하나다. 대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생년, 월, 일, 시 네 가지 객관적 정보를 보유하게 된다. 이 네 가지가 인간의 운명을 예시한다고 믿고 만들어진 해석의 체계가 사주추명학이다. 사주추명학은 사람의 운명을 바꿔줄 수 있는 학문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나쁜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자. 명리학은 A라는 사람에게 그 나쁜 운명의 원인을 정확히 인지시켜 주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가르쳐준다.

 

◆차기대권주자 박태준, 비밀리에 함양 방문
 
 ○…2002년 2월 2일, 박태준 전 포철명예회장이 함양군 서상면 옥산리 박 도사의 우거에 들어섰다. 겨울 칼바람이 옥산리 뒷산 능선을 타고 올라간다. 눈 덮인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박 도사의 안방, 도사가 연신 담배만 피워대자 박 회장은 헛기침만 터트렸다. 재떨이 담배꽁초가 무려 여섯 개비…박 도사가 반 쯤 핀 담배를 끈다.


 “회장님께서는 와, 와이에스(김영삼)가 용상에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꺼?” “뭐라고? 그거야, 김영샘이가 말이다. 고루과문(孤陋寡聞:학식이 천박하고 견문이 좁다) 안 하나, 지가 경제를 아나, 기업을 한번이라도 경영을 해 봤나? 그런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거덜난다카이…영샘이는 한 마디로 안 있나, 반식재상(伴食宰相=재능도 없으면서 정치에 관여하여 분란만 일으키는 사람) 잉기라 으흠!”


 박 도사와 박태준 회장이 동시에 헛기침을 했다. “회장님, 와이에스는 말이외다. 사주가 아주 좋습니다, 권세를 쥐어 하늘에서 내린 녹을 받아먹는 형상으로서 장차 생각지도 않는 천재(天財)의 행운이 따르오이다, 어쩌지요? 정치판이 말입니다, 허접쓰레기 100명이 있으면 뭣 합니까? 똘똘 하고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똘마니들이 있어야 주군이 빛이 나는 법, 와이에스한테는 김동영, 최형우, 김덕룡, 문정수, 김수한 그리고 김항규(금령김씨종친회) 같은 충복들이 있건만 회장님은? 주변에 그런 참모가 없습니다. 대통령은 이놈아들이 맹길어 주지 영샘이, 지 스스로 쟁취하는 기 아이지 않습니꺼, 안 그렇습니꺼? 이거 참 낭패가 났네”


 “밀박(密朴)이 안 있소! 박 도사…방법이 없겠는가?”


 “시간이 조금 소요되더라도, 이번엔 쉬십시오.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길 바랍니다. ‘회남자(淮南子)’에 이런 말이 있소이다. 성인은 천하에, 도덕으로 낚시줄을 삼고 인의로써 미끼를 삼아 그것을 천지간에 휙 던진다. 이렇게 되면 만물 중에 어느 한 가지가 그의 소유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천하에 그물을 펴고 강과 바다에 그물을 펴는 데 물고기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때를 기다리십시오”


 세월을 기다려라, 이번에는 (대통령) 안 된다…박 회장 얼굴이 어둡다.


 박 회장은 더 이상 옥산마을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옥산마을 어느 농가에서 느리고 긴 소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박 도사와 관련된 기사를 쓴 후, 박 도사가 버럭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느 날 박 도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구 기자(필자), 당신 때문에 내가 미치고 팔짝 뛰겠다. 귀하가 쓴 그 노무 개떡 같은 기사(함양군민신문 지난호 참조) 때문에, 글쎄 말이다…청암(박태준)하고 의절하게 생겼네 그려, 그건 그거고 귀하 고향이 부산이라며, 부산 오시면 나한테 들러 대포나 한 잔 하세나, 부산 남구 수영초등학교 후문에 제산선원을 찾으면 되네”


 며칠 후 부산 모 일식집에서 박 도사와 대작을 했다.


 박 도사는 여느 역술인과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인문학의 대가였다.


 도올 김용옥의 각종 저서,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트 에코, 사마천의 ‘사기’, ‘모택동 어록’, 세키카와 나쓰오의 ‘해협을 뛰어넘는 홈런’ ‘논형’, ‘자미두수’ 등을 숙독한 독서광이었다. “인생은 너무 짧다, 짧은 인생을 충실히 영위하려면 양서를 많이 읽어야 하네”


 박 도사는 정종을 한 잔 들이키며 致知在格物(치지재격물)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지식에 힘쓰고자 해야 하네, 그래야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알게 되네. 格物而后 知至(격물이후 지지)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연구한 이후에 지식이 지극히 되고, 知至而后 意誠(지지이후 의성) 지식이 지극히 된 이후에 뜻이 성실히 되고, 意誠而后 心正(의성이후 심정) 뜻이 성실히 된 이후에 마음이 바르게 되며, 心正而后 身修(심정이후 신수) 마음이 바르게 된 이후에 자신의 몸이 수양이 되네”


 “오늘은 저에게 좋은 사자성어 하나 안 주시렵니까?”


 “암, 주지, 축록자불견산!  회남자(淮南子) 〈설림훈편(說林訓篇)〉에 나오는 말인데 풀이하면 ‘축수자 목불견태산 기욕재외 즉명소폐의(逐獸者目不見太山 嗜欲在外 則明所蔽矣: 짐승을 쫓는 사람의 눈은 큰 산을 보지 못한다. 즐기고 욕심냄이 밖에 있으면, 곧 밝음이 가리워지는 바가 된다.)’이라! 이 말은 태산에 들어가 짐승을 쫓는 사람의 눈에는 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짐승을 쫓기 위하여 눈이 어두워져 다른 것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작은 것을 탐하지 말라는 말일쎄”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병철 삼성회장 후계자 건인데, 특별히 장남 이맹희와 아는 사이인가요?”


 “에끼 이 사람, 경망스럽게 어찌 그런 말을 하시나, 알긴 뭘 알아? 세상 이치로 보아 장남에게 권좌를 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심정으로 장남에게 삼성 권좌를 주라 했을 뿐이지, 삼성 장남이 ‘숙흥온정’을 잘못했는가봐, 그러이 아비가 장남에게 패권을 주고 싶었겠나. 아무래도 우리 동양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게 최고 아이가? 삼성과 관련해선 더 이상 묻지 마라”


 “한보 정태수 회장이 벼락출세 했다가 요즘 낭패지경입니다. 개운할 수 있는 비책이 없나요?”


 “그 양반, 판을 너무 크게 벌여서 큰일일쎄. 적구충장(適口充腸)이라, 자기 입에 맞춰서 창자를 채워야 하는데, 정태수 그 양반, 자기 입은 요만하면서 너무 큰 덩치를 입안에 쑤셔 넣고 있어 큰일이네 그려. 나중 이게, 화근이 될 거야”
 
◆‘선불가진수어록(仙佛家眞修語錄)’
 ○…박 도사는 고향(함양), 진취성 있는 후배들을 사랑했다. 반면, 얼치기는 대면도 하지 않았다.


 하충식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의 말이다. “30대 때, 고향 대선배 중에 명리학에 도통한 분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종교는 기독교이지만, 명리학이 인간의 숙명을 다루는 것이라, 그 분을 만나 뵙고 제 운세를 알고 싶었습니다, 고향선배 박동식 전 진주경찰서장에게 로비(?), 도사님을 뵙게 되었지요. 그때 저는 도사님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비록 시골깡촌에서 태어났지만 실력을 키워 장차 국내 최고의 병원을 경영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지요. 도사님께서 내 말을 들은 후 앗따, 이 젊은 친구, 배포 하나 크네, 자네는 말이야, 자네 사주를 보니, 분명코 성취할 수 있네, 성정도 좋고 기백도 좋고, 내 힘 닿은 데 까지 자네 뒤를 봐 줌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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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도사는 고향후배 하충식 이사장을 김혁규 경남지사(당시)에게 소개했다. 이로써 하충식 이사장은 김 지사로부터 총애를 받게 된다. 함양군 서상면 출신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도 젊었을 때 어찌어찌하여 딱 한번 박 도사를 친견했다고 한다. “중용(中庸)을 지켜라는 당부를 합디다”


 ○…함양군 백전면 백운산 기슭에 상연대(上蓮臺)가 있다. 점성학 마니아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다. 그 연유를 묻자 “상연대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입니다”


 노인성은 남극성을 말하는데 남극 부근의 하늘에 있는 별로 사랑의 수명을 맡아 보는 별(壽星)이라고 한다. 한편, 상연대 토굴은 기돗발이 센 곳으로 이름 나 있다.


 팔도(八道) 내노라하는 도꾼들이 이곳에 와 기도터를 잡았다. 그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함으로써 영통을 터득했다.


 박 도사도 소싯적에 상연대 토굴에서 도(道) 수련을 했다. 박 도사는 이 토굴에서 ‘선불가진수어록(仙佛家眞修語錄)’을 편저했다. 또 이 토굴에서 ‘능엄신주’을 암송하며 심신을 맑게 닦았다. 박 도사는 생전에 필자에게 능엄신주의 오묘함을 설파했다. “능엄신주는 신령스런 글이다. 능엄신주를 염하는 이는 누구든지 감응을 받을 것이다, 지송하는 이는 누구든지 금강장 보살의 보호를 받게 된다. 항상 능엄신주를 지송하면 자네의 나쁜 기와 병을 치료할 수 있으니 유념하고 매일 지송하라…”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박 도사는 명리학자라기 보다는 뛰어난 인문학자였다…. 그는 2000년 뇌줄중으로 타계했다. 타계 직전, 필자는 옥산리 덕운정사를 찾았다. 박 도사, 얼굴빛이 흉했다. “요즘도 그 탁하디 탁한 3류 저급기사 쓰고 돌아 다니나? 에끼 이 사람하곤, 삶은 짧디 짧다. 늘 공부하는 삶을 사시게. 요즘은 몸이 안 좋아 곡차를 안 한다. 우짜노? 허허, 자네 돌아갈 때 용채 두둑히 줄 터이니 가는 길에 대포 한 잔 하시게, 반드시 내가 준 돈 함양서 다 쓰고 가라!”


 “오늘도 제산 선생님, 저에게 사자성어 한 개 주셔야죠”


 “암, 주지, 주고 말고, 그기 뭐라꼬, 죽을 때 가져 가나. 무사(無事)…하는 일이나 생활에 탐욕과 집착을 벗어나라…”


 ○…세월이 흘러 2014년 여름, 함양군 서상면에서 보리순을 키우는 박동성 농부와 하릴 없이 덕운정사를 찾았다. 때마침 덕운정사에 박 도사 아내와 장모가 있었다. 부인과 덕운정사 뜰을 거닐었다. 부인이 박 도사의 청년시절을 회고한다. “당시 나는 부산 최고 명문 부산여고 다녔어, 대학교수가 꿈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어무이가 다짜고짜 빨리 함양에 오라는 거야, 가니까 도포자락 휘날리는 총각한테 다짜고짜 절을 하라는 거라, 어무이 왜 내가 첨 보는 남자한테 절을 해요, 하니까! 어무이가 인자부터 저 도인이 니 서방님이시다 그래! 그래서 기습적으로, 한 마디 반항도 못 하고, 그만 제산 선생이 내 서방이 된 거라. 우리 어무이가 제산 선생을 사위로 안 삼으면 안 될 그 무엇이 있었나 봐. 지금까지 그 까닭을 어무이는, 나에게 일체 말을 안 해, 여하튼 제산 선생은 대단한 위인이었어. 펄시스터즈 배인순이, 동아그룹 최원석 마누라, 이혼 하기 전 울며불며 옥산리에 와 ‘제산 선생, 저 어쩌면 좋습니까? 선생님이 32년 전 너는 언제 어느 시(時)에 이혼하게 되어 있다! 말씀하셨는데 딱 그렇게 되고 말았네요’ 배인순이가 ‘저, 이혼 해야 합니까? 제발 말씀 좀 해 주세요’ 울고불고 난리였어. 군인들, 정치인들도 떼를 지어 찾아와 우리가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 생 난리를 피우고…명리학이 뭔지 참! 인생이 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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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면 옥산리 하늘에 새털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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