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의 향토음식:남해 멸치쌈밥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5/14 [11:33]

 

▲ 멸치에는 라이신, 메티오닌, 트립토판과 같은 우리 몸 안에 합성되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사진은 남해 멸치쌈밥     © 함양군민신문

 

탱탱하고 싱싱한 죽방멸치…봄철 입맛 돋워
칼슘·철분 등 무기질 풍부 노약자 건강식품


봄멸치는 산란을 앞두고 있어 영양가가 높아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매년 4~6월이 제맛인 왕멸치는 회무침, 쌈밥, 찌개, 조림, 튀김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봄철 입맛을 당기게 한다.


남해 죽방멸치를 잡는 죽방렴은 조선시대부터 사용된 어업 방식으로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해역에서 사용되었다. V자 모양의 죽방렴 끝에 원통형 대나무 통발이 달려있어 물고기가 죽방렴으로 들어오면 후진하지 못하는 물고기의 특성 때문에 통발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산채로 잡히는 멸치는 그물로 잡히는 멸치보다 상처가 나지 않아 살이 탱탱하고 싱싱하다.


특히 남해 지족해협은 물길이 좁기 때문에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잡힌 죽방멸치는 보통 멸치의 가격보다 10배나 높아지기도 한다.


멸치는 멸어, 며어라고 불렀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생산지역에 따라 메루치, 멸, 행어, 멸오치, 열치라 불리고, 크기에 따라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치, 잔사리, 순봉이라고 불리어진다. 수명은 1년이며 연안 회유성 물고기로 플랑크톤이 주된 먹이이다. 2월에서 6월에 잡히는 봄멸치는 횟감용이나 젓갈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멸치는 뼈째 먹는 생선으로 칼슘이나 단백질 급원으로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자원이다.

 

▲ 멸치에는 비타민 A, D, E도 많고 타우린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EPA, DH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심장순환기계통의 성인병 예방이 좋다. 사진은 남해 멸치 회무침     © 함양군민신문


멸치에는 라이신, 메티오닌, 트립토판과 같은 우리 몸 안에 합성되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특히 라이신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족되기 쉬운 영양소이다. 그리고 비타민 A, D, E도 많고 타우린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EPA, DH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심장순환기계통의 성인병 예방이 좋다. 또한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도 풍부하여 임산부와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대단히 좋은 식품이다.


게다가 핵산함량이 많다. 핵산은 세포핵의 성분으로 세포분열, 단백질합성, 성장촉진, 에너지 생산 등을 조절하는 성분이다. 수산물 중에서 연어 이리나 참치, 뱅어포, 가자미, 대합, 굴, 정어리 등과 함께 멸치머리에 핵산이 많아 볶음이나 조림, 국물을 우려낼 때에도 멸치머리를 버리지 말고 꼭 사용해야 한다.


체내에서 핵산은 합성되지만 20세가 넘으면 합성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멸치하면 보통 마른 멸치로 국물 낼 때 사용하거나 밑반찬으로 멸치볶음이 떠오른다. 그러나 생멸치로 미나리, 양파 등 채소를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린 생멸치회무침도 맛있고 굵은 소금 살살 뿌려서 석쇠에 노릇하게 구운 생멸치구이도 별미이다.


생멸치는 사계절 내내 잡히지만 봄에 잡은 멸치는 산란기를 맞아 기름살이 올라 통통하고 영양가도 높다.


멸치는 주로 기장, 남해, 거제, 삼천포 등에서 많이 잡히는데 거제에서는 생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반 갈라 실파와 홍고추를 채 썰어 밀가루, 달걀, 다진 마늘을 넣고 반죽한 후 소금 간해서 전을 굽는다. 또 생멸치에 방풍잎, 콩나물, 방아잎 등을 밀가루에 섞어 찜통에 찌는 생멸치 방풍찜도 있다.


기장에서는 끓는 된장국물에 손질한 생멸치를 넣고 데친 고사리,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끓인 후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생멸치국이란 요리가 예전부터 있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멸국이라 하여 생멸치를 끓는 물에 넣고 한소끔 끓인 후 배추나 미역을 넣고 다진마늘, 국간장, 술로 간을 한다. 봄에 배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뜯은 배춧잎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생멸치를 손질 할 때는 왼손으로 멸치꼬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몸통을 훑어서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헹군다음 막걸리에 담구었다 쓰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또 막걸리로 담근 식초물에 10분 정도 담구어 주기도 하는데 식초의 산 성분이 비린 맛을 중화시켜 주고 멸치의 맛도 꼬들꼬들 하게 해준다.


남해의 멸치쌈밥은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통멸치에 양념한 시래기, 고춧가루, 마늘, 대파 등을 넣고 쌀뜨물을 자작자작 부어 끓여내어 집간장으로 맛을 낸 멸치찌개를 상추에 밥과 함께 쌈을 싸서 먹는다. 이 때 남해 마늘 한쪽을 곁들이면 마늘의 알싸한 매운맛이 멸치의 고소한 맛과 칼칼한 양념맛이 어우러져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종 푸성귀잎에 밥과 쌈장을 얹어 싸먹는것을 좋아한다. 배춧잎, 취나물잎, 양배추, 깻잎, 신선초, 겨자잎, 근대잎, 미나리, 쑥갓, 미역, 김, 심지어 묵은 김치를 씻어 쌈을 싸 먹을 정도로 쌈을 즐긴다. 그러나 그 많은 쌈 중에서 가장 즐기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상추쌈이다.


상추는 삼국시대부터 먹어도 채소이다. 1231년 원나라가 고려를 침략하고 고려의 처녀들은 원나라로 궁녀나 시녀로 끌려가게 된다. 그녀들은 고향의 그리움을 담아 상추씨를 심어 상추쌈을 즐겨먹으며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해당화는 꽃이 붉어 좋고 살구는 빛이 누래서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추로서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구려.’


라고 원나라 시인 양윤부가 지은 시에도 등장한다. 이미 상추쌈이 유명세를 탄 것이다. 우리니라 사람들이 상추씨를 중국에 갖고 가면 비싸게 팔렸다. 이후 고려 상추는‘천금채’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시대 황제의 식탁에도 올랐다고 한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상추를 먹고 병에서 회복된 뒤 상추를 동상으로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생멸치회도 상추에 싸서 먹으면 새콤달콤매콤한 것이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인다. 예전에 생멸치회를 만들 때는 싱싱한 생멸치는 소쿠리에 담고 굵은 모래알을 넣어 물속에서 흔들면 멸치의 흰 비늘이 다 벗겨지고 살이 발갛게 드러난다. 이 멸치를 술지게미에 푼 물에 담갔다 건져 기름기와 비린맛을 뺀다. 머리, 내장, 뼈를 발라낸 살을 베보자기에 싸서 무거운 돌을 잠시 눌러두면 물기는 쏙 빠지고 납작해진다. 이것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각종채소에 버무려먹는다.


생멸치회를 무칠 때는 재료를 준비해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버무려야 물이 생기지 않고 꼬들꼬들 맛있다.


너무 짧아 아쉬운 봄의 끝자락에 남해의 멸치쌈밥과 멸치회로 입맛을 달래보면 좋을 듯하다.

 

▲     © 함양군민신문



정계임 박사

대한민국식품명인제56호/경상남도최고장인(요리분야1호)
현농업법인일신푸드팜대표/일신외식연구소소장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자유전공학부겸임교수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밥상의 전설, 6시내고향 외 다수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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