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의 향토음식 : 하동 재첩국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4/30 [15:31]

 

▲ 재첩은 물에 나는 것이라 찬 성질이 있는 반면에 부추는 몸에 열을 내는 성질이 있어 재첩과 부추는 찰떡궁합이다. 사진은 하동 재첩국     © 함양군민신문

 

간기능 개선·황달 치유·눈 피로에 좋아

심장질환·뇌질환 등 성인병 예방 효과

 

하동 섬진강 재첩은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에서 주로 서식해 하동 사람들은 이른 갱조개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 ‘재첩은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간기능을 개선하고 황달을 치유하며 기를 북돋워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과음한 다음날 속풀이 해장국으로 재첩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지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재첩국은 뽀얀국물에 재첩살과 부추에 소금 간 한 것이 전부인데도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개운하여 속이 확 풀린다. 재첩은 물에 나는 것이라 찬 성질이 있는 반면에 부추는 몸에 열을 내는 성질이 있어 재첩과 부추는 찰떡궁합이다.


섬진강 오백리길은 전북 진안에서 시작되어 임실, 순창을 거쳐 옥과, 남원을 지나서 곡성에서 구례, 화계장터를 지나 광양에서 바다를 만나는 긴 여정의 강물이다. 우리나라 5대 강 중에서 가장 맑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건강한 강으로 꼽힌다.


재첩의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공주재첩, 점박이재첩, 참재첩, 콩재첩 등이 있다. 지역에 따라 가막조개, 갱조개, 재치 등의 방언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재첩은 중국 재첩에 비해 크기가 작고 광택이 있다. 중국산은 성장맥이 굵고 거친 편이다.


하동 섬진강은 옛날보다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서 재첩의 수확량이 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한때 섬진강 재첩국 장사들이 골목을 누비던 때가 있었다. 밤새 고아서 만든 재첩국을 양철동이에 담아 이고 진주 새벽 시내 거리를 누비며 “재치국 사이소오-”를 외치던 정겨운 목소리가 지금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어릴 적 잠결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깨끗한 민물에서 자생하는 명물인 재첩은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약으로 인기가 좋았다. 과음한 다음날은 으레 재첩국을 찾기 마련으로 서민들의 식생활과도 매우 친숙하였다.


술해독으로 밤새 시달린 간에는 질 높은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듬뿍 들어있는 재첩국 한그릇은 체내 흡수력이 빨라 값비싼 영양제는 감히 따라 오지 못하는 빠른 효과가 있다.


뜨끈뜨끈한 재첩국을 마시면 사람들은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그리고 입에 쫙 쫙 달라붙는 감칠맛이 아주 좋다.

 

▲ 재첩국은 동맥경화나 혈전을 예방하고 간해독, 부정맥개선, 담석용해작용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의 예방효과도 있다.     © 함양군민신문


재첩을 비롯한 조개류의 맛성분은 유기산의 일종인 호박산이며 그 감칠맛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바로 글리신, 알라닌과 같은 아미노산이다. 이외에도 쓸개즙의 구성성분으로 쓰이는 타우린도 존재한다. 타우린은 쓸개즙을 만드는 것 외에도 많은 생물학적 기능을 한다. 근골격계를 만들고 심장질환이나 뇌질환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체내의 활성산소를 막고 삼투압을 조절하며 칼슘의 항상성을 지키고 지방조직을 조절해 비만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나 혈전을 예방하고 간해독, 부정맥개선, 담석용해작용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의 예방효과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재첩에 들어있는 비타민 역시 감칠맛 이외에 술꾼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방간 예방에 탁월하고 간해독작용을 촉진하여 손상된 간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 등 고도불포화지방산은 뇌세포의 신경전달물질인 시냅스의 주요 지방산으로 뇌세포를 구성하는 주성분인데 재첩에도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


미숙아일수록 뇌중의 DHA 함량이 낮다는 임상결과가 있다. 뇌세포의 숫자는 태아기에서 젖먹이 시기까지에 결정되는데 DNA는 뇌 정보전달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돌기를 뻗도록 해주는 기능이 있어 뇌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노인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맛뿐만 아니라 생리활성효과가 있는 재첩도 많이 먹으면 냉해지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시켜 주는 것이 바로 부추이다. 부추는 비타민 A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매우 많다. 이 카로틴은 열에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국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부추의 독특한 냄새인 황화알릴이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높여준다. 부추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므로 감기, 설사, 냉증인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부추는 낫으로 서너차례 베어내어도 다시 빨리 자라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재첩국 끓이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재첩을 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두어 머금은 모래를 토해내게 한다. 부추는 흐르는 물에 씻은 다음 3cm 정도 길이로 자른다. 마늘도 곱게 채 썬다. 다지는 것보다 채 썬 것이 국물이 깨끗하고 조개의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냄비에 손질한 재첩과 물을 부어 끓인다. 재첩의 입이 벌어지면 거품을 걷어낸 뒤 부추와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살짝 간을 맞춘 다음 곧바로 불을 거야 국물 맛이 산뜻하다.


섬진강은 여전히 깨끗하고 맑고 아름답게 빛난다.


오염되지 않은 섬진강은 먹거리도 많다. 재첩국, 재첩회, 전, 비빔밥을 비롯하여 참게매운탕, 참게가리장, 은어회 등이 섬진강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섬진강 생태계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키려는 하동사람들의 정성에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     ©함양군민신문

 

정계임 박사

대한민국식품명인제56호/경상남도최고장인(요리분야1호)

현농업법인일신푸드팜대표/일신외식연구소소장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자유전공학부겸임교수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밥상의 전설, 6시내고향 외 다수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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