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구경 마치고 신라고찰에서 參禪도 해보자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3/19 [15:32]

 

▲ 눈바람 헤치고 상연암에 올라가 상연암 주지 일서 <日瑞> 스님을 친견했다.     © 함양군민신문

 

함양군백전면문화체육회(회장 이봉철)는 제16회 백운산벚꽃축제 및 군민체육대회를 4월 7일과 8일 양일간 개최키로 했다. 올해 벚꽃축제는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벚꽃제례를 시작으로 사생대회, 게이트볼대회, 군민노래자랑, 가족 벚꽃길 걷기대회 등이 진행된다.

 

▲ 김용만 사진작가가 찍은 백전벚꽃축제 풍경.     © 함양군민신문

 

 특히 올해 새롭게 마련된 가족 벚꽃길 걷기대회는 상대평로타리에서 축제장까지 2.8km를 가족과 함께 걸어보는 것으로, 완주한 팀에게는 참가선물과 추첨을 통해 경품이 증정된다.

 

 벚꽃 축제가 펼쳐지는 백전면에는 볼거리가 많다. 신라천년 도량 ‘상연대(上蓮臺)’를 소개한다. 

 

 ○…여기 한권의 책이 있다. 사진작가 주명덕씨가 촬영한 성철 큰스님 일대기 화보집이다.

 

▲ 1993년 11월 10일. 40년간 누더기만 입었던 성철 스님이 노오란 국화꽃으로 뒤덮힌 법구차(法軀車: 스님의 시신을 옮기는 운구차) 에 누웠다. 법구차 앞에 한 젊은 스님이 향로를 들고 서 있다. 성철 스님 손자상좌 일서 스님이다     © 함양군민신문

 

 1993년 11월 10일. 40년간 누더기만 입었던 성철 스님이 노오란 국화꽃으로 뒤덮힌 법구차(法軀車: 스님의 시신을 옮기는 운구차) 에 누웠다.  법구차 앞에 한 젊은 스님이 향로를 들고 서 있다. 성철 스님 손자상좌 일서 스님이다. 수백 장 금분 만장이 바람에 나부낀다.

 

심시불 성불 (心是佛 成佛)…. 성철 스님의 혼이 담겨져 있는 향로를 들고 다비식장으로 향하는 일서 스님 얼굴에 눈물이 맺혔다. 일서스님이 생전의 성철 노장을 회상한다.
 
 어느해 늦겨울, 성철 큰스님이 주석하는 해인사 백련암 퇴설당. 노장 스님이 일서를 부른다.  “내가 여러 해 동안 가야산 퇴설당에서 석장(錫杖) 놓고 쉬면서 너를 지켜보았다. 네놈의 동정(動靜)이 엄숙하고 구도의 뜻이 간절하매 다른 자보다 내가 신경을 많이 썼다. 법명 일서(日瑞)를 주노라. 한 그루 나무는 몇 성상을 겪은 뒤 낙락장송이 된다. 부디 용맹정진하여 부처님의 참된 제자가 되거라”

 

 여기서 말하는 석장이란 승려가 짚는 지팡이. 지팡이 상부는 주석(朱錫), 중부는 나무, 하부는 뿔 아(牙)를 사용한다. 지팡이 머리는 탑 모양으로 만들고 큰 고리를 끼웠는데, 그 고리에 작은 고리 여러개를 달아 길 갈 때 땅에 굴려 소리를 내서 짐승 벌레들을 일깨워 준다.

 

◆성철 스님을 시봉하면서…
 ○…그 후 일서 스님은 성철 스님을 시봉하면서 정각(正覺)을 성취하게 된다.

 

 정각! 정등각(正等覺). 음역하여 삼보리(三菩堤)라고도 한다.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 올바른 진리. 일서 스님은 전국 선원을 찾아 면벽수련 참회 공덕을 쌓는데 매진, 불교계에서 선승으로 회자되고 있다.

 

 일서 스님은 금강살타 명상을 한다. 금강살타는 악업을 정화하는 데 매우 뛰어난 효험과 힘을 갖추고 있다. 금강살타 명상을 하면, 불선의 죄와 파계의 죄를 모두 정화하고 본존의 성취 증표를 실현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일서스님은 함양군 백전면 백운산 상연대(上蓮臺)에 주석하고 있다. 상연대는 함양군 백전면 대방마을 북쪽 백운산 중턱에 있다. 서기 924년 신라 경애왕 1년 고운 최치원이 천령태수로 있을 때 모친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한다.

 

▲ 상연대(上蓮臺)는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 백운리 78-1번지 백운산(白雲山)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사의 말사다. 상연대는 지리산 북쪽 자락에 자리하는 백운산에 위치한 고찰이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창건하였으며,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법등을 밝혀왔다.     © 함양군민신문

 

 상연대는 역대 고승 대덕 스님 등이 면벽수도 정진한 1천년의 영험 어린 수도 도량을 이름 높다. 백운산 깊은 속, 초행이라면 더욱 멀게 느껴지는 곳, 마지막 겨울 눈발이 휘날리는 2월  상연대를 찾았다.

 

 산 속이 적막하다. 방문객은 부처님 전에 3배를 올린다. 관세음보살 호신불이 있다.

 

▲ 호신불은 김기덕 감독 <봄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봄> 라스트씬에 등장한다. 김기덕은 호신불을 껴안고 백척간두 오대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선승들은 卍行할 때 호신불을 항상 품속에 소지했다한다. 여기에 공개하는 상연암 호신불은 불교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 함양군민신문

 

이 호신불이 상연대 상징아이콘이다. 호신불은 재해(災害)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시는 부처를 말한다. 상연대 호신불은 약 38cm 크기의 소형불상으로 허리를 세우고 어깨로부터 앞으로 살짝 숙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양주 보살의 설명이다.

 

 “이 보살좌상은 복장기에 의해 1612년 현진, 학문, 명은, 의능 등의 금어(金魚)에 의해 조성되고 1677년 중수된 단아한 목조 불상으로 조각기법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듣지요”

 

수인은 아미타 수인으로 엄지와 중지를 둥글게 맞댄 채 오른 손은 가슴까지 올리고 왼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으며 오른 쪽 손가락에는 정병이 걸려 있다.

 

 공양주 보살이 지나가는 말로 “시님(스님) 저 우(위) 선방에 계신데 제가 모셔오겠심더” 하며 산비탈을 오른다.

 

 그 산비탈 끄트머리에 집 한 채 짓고 스님은 좌복(참선용 방석)에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아 여여부동(如如不動) 참선중이리라.

 

◆무타이념(無他異念)
  ○…나그네는 스님한테 <한 말씀> 듣기 위해 스님 앞에 앉았다.

 

  “상연대는 참선도량입니다. 참선을 할 때, 무타이념(無他異念)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도 있어서는 안되지요. 이것이 바로 정의(正意)의 이치입니다”

 

 나그네는 일서 스님의 이 말에 부처님 제자 라훌라가 생각났다. 라훌라가 부처님께 수행보고를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금계법을 두루 갖추고 여러 근이 성취되면 일체의 결사가 모두 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여담 삼아 스님께 성철스님 시봉 시절 에피소드를 물었다.

 

 “소승은 성철 종정 손자상좌입니다. 성철 스님은 생전, 저에게 휴지 한 장도 아낄 것, 잡기에 손대지 말고 애오라지 선수행만 할 것, 많이 먹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어느 해 어느 날 제가 스님께서 휴지 가져 오이라 해서 모나리자 휴지통에서 티슈를 쑥 빼 전했습니다. 순간 내 눈에는 별이 번쩍! 하하하, 큰스님께서 내 뺨을 얼마나 세게 후려쳤던지, 스님께서는 저를 특히 예뻐하셔서 나날이 서기 어린 자가 되라며 日瑞라는 법명을 주셨지요”

 

 일서 스님은 부산 서면 사람, 나이 15세때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곤욕을 치른다. 서양의학으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병. 번뇌라 할까? 번뇌.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걸 가리켜 번뇌라 한다. 대저 번뇌는 탐(貪), 진(瞋), 치(痴) 3개로 나뉘어진다.

 

 탐은 좋은 대상에 대한 집착이요, 진은 좋지 않은 대사에 대한 반감 혐오 분노 불유쾌, 치는 지적인 번뇌를 말한다. 일서 스님은 번뇌를 치유하기 위해 인근 사찰을 찾는다. 절만 찾으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절만 찾으면 변집견(邊執見)이 사라졌다.

 

 ‘변집견’이란 비뚤어지고 극단적인 것에 집착하는 견해를 말한다. 이로써 일서 스님은 마침내 출가하게 된다. 출가! 번뇌에 얽매인 속세생활을 버리고 성자의 생활로 들어감을 말한다.

 

 수도자는 초견성을 이루고 나면 필히 자기보다 먼저 선각한 조사를 찾아가 자신이 획득한 오도적 삶이 미오(迷悟) 위상에서 벗어난 삶인가?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해서 일서 스님은, 전국 영험도량 선원을 찾아 선지식을 터득하는데 젊음을 모두 소비하게 된다.

 

- 중국 불교연구가 남희근 선생이 말씀하길 명상이나 기수련은 모두 정신적 유희이자 망상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선 수련은 어떻습니까?

 

 “명심견성을 이루려면 뇌관을 곧바로 꿰뚫어 삼관을 타파한 뒤 유여의를 타파하고 무여의열반을 증득해야 하지요”

 

- 최근 뉴욕타임즈를 보니 108 절수행이 건강에 참 좋다고 대서특필되었더군요. 이에 대해 스님의 견해는?

 

 “청견 스님의 『절을 기차게 잘 하는 법』이라는 책도 나왔더군요. 그 책을 보니 "부처님 고맙습니다” 하는 감사 염송수행만 해도 건강해진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이죠.

 

 의식적이든 형식적이든 억지이든 아무 생각 없이 입으로만 한다해도 <부처님> 하는 염송 속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밝아지고 <고맙습니다> 하게 되면 비판적, 심판적, 원망, 불평, 불만, 아만, 교만, 아집, 성냄, 시기, 질투, 고집 등의 어두운 업장이 사라지고 긍정적이며 자신감이 생겨 소원이 이루어지고 행복과 성공이 따라 다니게 됩니다”

 

 -SBS-TV 스페셜 다큐멘터리 ‘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을 보니 108배 절수행을 하면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아이의 집중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의 효과까지 있다고 하더이다.

 

 “그렇죠. 108배는 최고의 경락 운동이지요. 몸을 접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전신의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기와 혈을 순환시키기 때문에요”

 

 뿐만 아니라 전신운동이면서 산소의 운동 소모량이 적은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다. 또한 절은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불교의 수행 방법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고 있는 현대인에게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행동장애를 보이거나 산만한 아이들은 108배를 통해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고, 아토피의 경우도 치료와 함께 108배를 병행하면 기가 원활히 순환 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외에 성장판을 자극해 키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되고, 단전호흡을 통해 뇌를 자극해 학습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스님, 108배 108번뇌란 말이 있잖습니까? 108 번뇌를 무찌르기 위해 108배 절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108 번뇌란 뭔가요?

 

 “백팔번뇌란 중생의 108가지 번뇌를 말합니다. 백팔결(百八結)이라고도 하지요. 백팔번뇌를 어떻게 셈하느냐? 6근(안이비설신의)이 6경(색향미촉법)을 대상으로 각각 호 오 평등 3가지를 일으키므로 12 곱하기 3하면 36번뇌, 여기서 과거 현재 미래 3세를 곱하면 36 곱하기 3 해서 108이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6근에 고(苦) 락(樂) 사(捨 )의 3 수(受)가 있어 10번뇌, 또 6근에 호(好), 오(晤) 평(平) 3종이 있어 18번뇌 양자를 합한 36 번뇌에 과거 현재 미래 3세를 곱하니 108번뇌가 된다. 또, 인식장용에 생기는 견혹의 번뇌 88 가지와 의지의 작용에서 생기는 수혹의 번뇌 10가지 탐진치 등의 근본번뇌 10가지를 합해 108 번뇌가 된다.

 

 일서 스님의 은사 스님은 원운이다.

 

 -스님 스승인 원운 스님은 어떤 분인가요?

 

 “우리나라 역경 사업에 몰두하신 선승이지죠. 지금 문경 봉암사에서 용맹정진 선수행 하시는데 봉암사? 한국불교 현대사에서 새로운 흐름을 창출한 결사도량이지요.

 

 봉암사 결사는 1947년 성철스님을 필두로 청담, 자운, 우봉스님 등 4인이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임시적인 이익 관계를 떠나서 오직 부처님 법대로 한번 살아보자.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해서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는 원을 세우고 결사도량을 찾으니 그 곳이 봉암사지요”

 

 그 후 청담, 행곡, 월산 등 20인이 결사에 참여하였다. 당시 결사대중은 규약을 제정하여 추상같은 법도를 세워 오늘날 수행의 근간을 세웠다.

 

-상연대와 관련된 연기설은 없나요?

 

 “한국동란 때 공산군 국방군들이 이곳에서 대혈투를 벌였지요. 이로 인해 대화재가 생겼는데 다행히 부처님 상이 온전했다 합니다”

 

 -상연암 품고 있는 백운산도 영산이지요?

 

 “백운산은 전라북도 장수군 반암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높이는 1,279m. 북쪽의 민주지산(珉周之山, 1,242m)· 덕유산(德裕山, 1,614m)· 남덕유산1,507m)과 남쪽의 지리산 등과 함께 소백산맥의 일부가 되지요. 백운산 산세가 좋아 등산객들이 붐빕니다. 등산 진입로는 함양에서 백전면 백운리까지 버스로 와서 큰골이나 미끼골 등 남쪽 사면으로 오르는 코스와, 안의에서 송계까지 버스로 와서 원통치에서 대방령(大方嶺, 880m)·하치(下峙, 1,157m)의 능선을 타는 코스가 있지요”

 

-끝으로 묻고자 합니다. 상연대는 기도도량인데 허허허 무식한 질문입니다, 기도도량 뜻은?

 

 “기도란 신이나 초월적 존재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종교의례를 말합니다”

 

 (대체로 기도는 행위자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동기에서 비롯한다. 절대자나 초월자에게 자신의 삶의 정황으로부터 연유하는 청원·신뢰·감동·결단 등이 기도를 통하여 표출된다)

 

 “절에서 기도를 해 치유한 사례도 많습니다. 세종도 소헌왕후의 병을 치료하고자 흥천사(興天寺)와 승가사(僧伽寺)에 관원을 보내어 기도하게 했고 세조는 왕위를 찬탈한 뒤에 참회하는 뜻에서 전국의 명산대찰에서 기도를 하도록 명했지요”

 

 스님 친견을 마치고 처사는 상연암 뜨락 밟으며, 상연대 기를 온 몸으로 받아드렸다. 독자  여러분도 상연대에서 느껴보시라, 몸에 전기가 들어온 듯 찌릿찌릿하다. 영험도량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기가 온 몸에 충만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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