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소문난 국밥집에서 인문학을 공부했노라!”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2/12 [10:53]

 

▲ 아몰랑공주님이 다녀가신 함양의 명물 병곡식당.     © 함양군민신문

 

○…5~6년전, 부산 서면 건달 옥봉(필자 후배)이란 놈이 칼치(애인)를 데리고 함양에 왔었다. “하이고 행님, 안 죽고 잘 사요. 글쎄 우리 칼치가 국제신문을 보다가 함양군청 공무원(김용만)이 찍은 상림공원 사진을 봤나 봐요. 그걸 보고 내 모가지를 콱 잡고 자기야 상림공원 햇빛이 너무 아름답더라, 사진 보이끼네로. 오늘 우리 상림공원 가자, 해서 이리 안 왔소. 함양에 온 김에 행님 생각이 나서…아이고 배 고파라, 행님, 함양에 묵을 기 모가 있닝교? 밸미(별미)!”   
 
 “글쎄, 함양도 평준화가 되가꼬 짜다리(특별나게) 토속음식이 없다. 순대국밥, 김치찌개, 어탕국수 모, 그렇고고론 거 밖에 없다. (귓속말로) 너거 칼치, 모하는 여자고?” “야야 미림아. 우리 행님헌테 인사드려라, 부산대 약대를 졸업했심더. 지금 서면서 월급쟁이 약사를 하고 있심더, 제가 안 있소. 술 깨라꼬 여명, 박카스, 게보린 사로 갔다가 꼬셨심니더, 미림아 니 모 묵고 싶노?”

 

 미림씨가 나지막한 소리로 “함양흑돼지가 유명하다카데예. 여기는 부산 서면처럼 지리산흑돼지로 만든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 없닝교?”

 

 해서, 지리산함양시장 병곡식당으로 데려갔다. 가게 앞에 대형 육수 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식욕을 당기게 한다.

 

  미림씨는 (함양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다. “아, 인터넷에서 봤다, 자기야. 이 식당에서 아몰랑 공주님(박근혜 전 대통령)이 순대국밥을 묵었다는 거 아이가”

 

▲ 인월시장 돼지국밥도 맛있다.     © 함양군민신문

 

 중학교 중퇴 옥봉이가 명문대졸 미림씨에게 질쎄라, “우와? 고런나?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희한하네, 전부 다 돼지국밥 순대국밥같은 걸 좋아하네? 노무현이도 고렇고 MB(이명박)도 고러코?”

 

 인권변호사 시절을 노무현을 그린 영화 ‘변호사’에 돼지국밥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노무현은 부산 범일동 할매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명박은 대통령 선거때 돼지국밥을 이용, 서민들의 표를 갉아먹는데 성공했다. 옥봉이 요놈도 아는 게 많네?

 

 “그때 이명박이 허름한 코크 입고 서울 남대문시장 돼지국밥집에 들어가가꼬, 지가 서민인양, 국밥을 꾸역꾸역 묵는 생쑈를 했지, 국밥집 욕쟁이 할매가 이명박이 보고 니가, 우리나라 경제를 좀 살리바라, 니는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방영돼가꼬, 몰표를 받았다 아이가”

 

 순간, 미림씨가 “옥봉씨, 밥맛 떨어지게 정치비하인드스토리, 고만해요!” 하면서 순대국밥과 관련된 ‘선데이서울’ 풍의 야사를 들려주었다.

 

 “세종대왕께서는 순대국을 아주아주 좋아하셨지요. 그걸 먹고 글쎄 옹주만 무려 오십명을 생산했습니다. 순대가 정력을 키워줬답니다, 호호. 세종대왕님이 워낙 여색을 밝혀 본부인(왕비)가  바가지를 아작아작 긁었대요, 그 바가지 소리가 싫어 집현전에 가, 한글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야사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답니다. 호호”

 

 순대는 몽골의 칭기스칸과도 관련이 있다. 몽고군사들은 순대를 전투식품으로 사용했다.

 

 그들은 돼지창자에다 쌀과 야채를 혼합하여 말리거나 냉동시켜 휴대했다.

 

 순대는 가축의 혈액을 포함하고 있어 소장에서 흡수가 용이한 철분이 가득하다. 빈혈이 우려되는 여성에게 적합한 영양식품이다. 함양군 서상면 옛날 장터에 가면 김정희 할매 순대국집이 있다. 덕유산 산바람 맞으며 먹는 순대국밥 맛이 유별나다. 조봉래 전 국무총리 비서관(서상고 졸업)이 고향에 올 때 마다 한 그릇 땡긴다. “이 집에 와 한 그릇 안 먹고 가면, 고향에 온 기분이 안 납니다!”

 

▲ 인터넷 식도락가들은 안의 약초시장 2층 순대국을 높이 평가한다.     © 함양군민신문

 

 …건달 옥봉이와 약사 미림씨는 아몰랑 공주님 방문처 병곡식당에서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고 부루룽~차를 몰고 부산으로 떠났다. “행님요, 또 오께요. 잘 묵고 잘 사소!” 

 

▲ 터미널 옆 ‘국밥 1번지’, 젊은 부부, 함양 순대국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함양군민신문

 

◆함민복 시인과 설렁탕
 ○…국밥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게 서민들의 음식이다. 국밥하면 대번에 함민복 시인이 쓴 수필 ‘눈물은 왜 짠가’가 생각난다. 독자 여러분, 함민복 시인의 눈물사연을 필자가 한번 읽어드릴께요.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시인 수필을 읽고 나니 설렁탕 한 그릇 먹고 싶다. 함양버스터미널 옆 도리기식당 설렁탕이 맛있다. 도리기란 순수 우리 옛말로써 추렴한 돈으로 마련하여 나누어 먹다라는 뜻이다.

 

 ○…인산(仁山) 김일훈 옹이 쓴 ‘신약’에 명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명태는 천상(天上) 여성정의 수정 수기를 받아 태어나 바닷 속의 수정 수기로 생장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명태는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슈퍼에너지 물고기라는 거다! 인산은 말한다. “연탄가스에 중독 되어 사경(死境)을 헤맬 때 마른 명태 5마리를 푹 달여 그 국물을 계속 떠 넣어 주면 숨 떨어지기 전에는 거의 모두 소생한다”

 

▲ 황태 해장국집.     © 함양군민신문

 

 지리산함양시장에 강원도 미시령에서 건조한 황태해장국집이 있다. 황태란 명태의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어 말린 것을 말한다. 황태는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식당 황태해장국이 함양주당들에게 인기 대낄이다. 황태해장국은 어떻게 조리를 하나?

 

 “황태를 물에 불린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고 두부도 같은 크기로 썰지요. 표고버섯은 채 썰어 놓고 대파는 어슷어슷하게 썰어 놓습니다. 모시조개는 해감을 시켜 놓고 콩나물은 거두절미하고 마늘은 다져 놓습니다. 냄비에 무와 명태 머리, 뼈를 넣어 육수를 뽑습니다. 냄비에 육수를 넣고 끓으면 황태와 준비한 재료를 넣어 푹 끓인 후 새우젓,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다시 한번 끓어나면 달걀로 줄알을 치고 마무리 합니다”

 

 인산 선생이 극찬한 황태해장국을 먹으면서, 오현명 선생이 노래한 ‘명태-양명문 작사, 변훈 작곡.’를 불러보며 보며 이번 기사 마무리 합니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 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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