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250원으로, 함양 버스 100배 즐기기②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2/12 [10:48]

 

▲ 젊었을 때의 허영자 시인(좌), 수동면 출신 지공 스님(우).     © 함양군민신문

 

유림면 허영자 詩碑·휴천면 용유담·안의면 용추계곡을 찾아서

 

 ○…지난호에 이어 ‘함양 버스’를 타고 함양힐링천국으로 떠나보자.

 

 함양군내버스정류장에서 유림면 가는 버스를 탄다. 도착지는 함양군 유림면 장항리. 이곳에 허영자 시인 시비(詩碑)가 있다. 그의 대표시 ‘은발’을 비롯해 ‘자수’ ‘작은기도’ 등 3기의 시비가 엄천강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다. 


자수(刺繡)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어느 문학평론가는 허영자 시인의 시 자수를 이렇게 해설한다. “이 시의 화자는 ‘세상사번뇌’와 ‘사랑의 슬픔’ 때문에 ‘가슴 속 아우성’이 일어나고, 이것은 ‘마음의 어지러움’을 가져오지요. 그래서 화자는 ‘자수’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는 겁니다. 이 마음의 평화를 의미하는 것들이 ‘수풀’과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입니다. ‘극락정토 가는 길’은 ‘보일 성 싶다’란 표현에서 보듯이 화자가 아직 도달하지는 못한 세계입니다. 여기서 ‘극락정토’는 불교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겠지요. 문맥 전체에서 불교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단서를 전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표현은 ‘궁극적인 마음의 평화’를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허영자 시인의 위력에 대해서 잘 모를 거다. 1980년대 허영자 시인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당시 허 시인은 성신여대 국문과교수였는데 감성 어린 에세이로 전국의 문학소녀들의 가슴을 울렸다. 주요 시집으로 《가슴엔 듯 눈엔 듯》,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그 어둠과 빛의 사랑》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수필집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은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누렸다.  

 

 허 시인은 함양에서 출생했다. 부친은 함양서 교편생활을 했다. 경기여고와 숙명여대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노천명 연구>로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하였다. 허영자 시비는 함양의 소중한 문화콘텐츠이다.

 

▲ 허영자 詩碑.     © 함양군민신문

 

 허영자 시비 앞으로 엄천강이 유유히 흐른다. 푸른 자색의 강물이 지리산을 훑어 내려온 바람에 가볍게 물비늘을 일으킨다. 이른 봄에는 허영자 시비 주변에 노란 복수초며 빨간 개양귀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용유담 반야정사 유발승
 ○…엄천강을 따라 마천쪽으로 가다보면 용유담이 나온다. 용유담은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이다. 과학컬럼니스트 오세현 전 경남과학고 교장은 용유담의 신비를 이렇게 말한다.

 

▲ 용유담 돌개구멍.     © 함양군민신문

 

 “무엇보다 용유담에 형성된 포트홀(pothole)군(群)은 수십억 겁의 세월 동안 지리산 물줄기가 빚은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이다. 지리산은 이렇게 자신의 흔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여 명작을 남겼다. 그가 쉼없이 토해낸 크고 작은 물줄기는 그가 가진 가장 역동적인 언어였던 것이다. 포트홀을 돌개구멍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는 포트홀의 생성 원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회오리바람을 돌개바람이라 하듯이 돌개구멍의 원인을 소용돌이라고 본 것이다. 돌개구멍 속에는 몽돌모양의 돌이 채워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하상에 움푹 팬 자리가 있으면 여기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른바 와류(渦流)다. 물결에 떠내려가던 돌이 여기에 빨려들면 빙글빙글 돌면서 다듬어질 것이다”

 

 용유담 초입에 반야정사가 있다. 부산서 온 유발승이 주석하고 있다. 그는 우주와 교류한다. 우주, 우(宇)는 사방상하(四方上下)로 공간을 뜻하고, 주(宙)는 왕고래금(往古來今)으로 시간을 뜻한다. 그래서 우주는 자연계에서 물질과 이것이 차지하는 4차원적 시공간 전체를 뜻한다. 우주는 기술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전우주(全宇宙)이다. 이것은 형이상학적 우주로 물리법칙이나 관측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관념적 우주이다. 흔히 신화적 우주관이나 종교적 우주관이 이에 속한다. 이런 우주는 주관적 우주로서 어떠한 규칙성이나 법칙성이 들어있지 않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고대 중국에는 태(太)라는 원초적 혼돈상태에서 밝고 맑은 기는 하늘을, 탁하고 무거운 기는 땅을 이루었으며, 또 천지에 음양이 나누어지고 만물이 생성했다는 우주생성에 관한 우주관이 있다.

 

 반야정사 유발승이 어떤 능력이 있어 우주와 교통하는가?

 

 “젊었을 때 부산서 철공소 일을 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이내 생은 어디서 왔나, 그리고 어디로 가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부호가 내 몸 속에 팍팍 찍히는 겁니다. 그래서 밤낮없이 참선변도(參禪辯道)를 했지요”

 

 참선변도란 좌선수행을 행하거나 공안공부에 힘쓰는 것을 의미한다. 첨선변도를 하다보면 육신통이 열린다. 육신통(六神通)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 보살,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들이 수행의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여섯 가지 신통력(神通力)을 가리킨다. 불교 경전 중 《아비달마구사론》에서 언급되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목건련(목련존자)은 신통제일이라 불리며 육신통을 겸비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화염경을 암송하다보면 제 몸이 우주 저편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우주 블랙홀 속으로 마구마구. 저의 우주체험담은 이쯤에서 그만 질문하시길 바랍니다. 계속 이야기하면 요즘 말로  판타지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저, 한 기도꾼의 용맹정진으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유발승에게 왜 용유담에 기도터를 택했느냐 물었더니 “용유담은 이 내, 번뇌망상을 지우는데 최적의 장소입니다. 처사(필자)도 하루종일 용유담 바위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용유담 강물이 회(廻), 강물에서 빛이 나옵니다(光), 여기서 광은 광명, 불성을 말합니다. 회광반조(廻光返照, 回光返照)의 경지를 용유담에서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용유담 속에 가사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물고기 무늬가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다 하여 가사어라고 한다. 마을 전설에 따르면 지리산 서북쪽에 달궁사라는 절이 있었다 한다. 그 절 곁에 저연이라는 못이 있었는데, 이 못에서 가사어가 태어나서 가을이 되면 물을 따라 내려와 용유담에 이르러 놀다가 봄이 되면 달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수동면 출신 지공스님과 방생
 연지대사가 쓴 <방생행복 살생불행>을 여러 해째 아껴 읽고 있다. 연지대사는 명나라 때 사람. 이 책은 대만 불교인들의 필독서이다. 살생하면 불행의 업보를 받고 방생하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불교 야화가 실려 있다. 중국 어느 마을, 범씨가 살았다.

 

 아내는 폐병이 걸려 죽음 직전이다. 장안의 명의 진석이 병든 범씨 아내를 진찰한 후 이렇게 말했다. 참새머리 100개를 가지고 약을  지어 복용하고 삼칠일 마다 그 참새 골을 복용하면 병이 낫는다. 반드시 백마리여야하지 단 한 마리도 부족하면 안된다. 범씨는 의사의 말에 따라 시장에 가서 100마리 참새를 사왔다. 범씨 부인이 이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목숨 하나 때문에 100개의 목숨을 죽이다니, 싫습니다. 당신이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어서 새장 문을 열어 모두 놓아 주세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남편은 하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새들을 풀어주었다. 며칠이 지난후 범씨 부인은 이상하게도 별다른 약을 쓰지 않았는데도 완쾌됐다. 하늘의 복이 아닐 수 없다. 몇 년후 범씨 아내는 아들을 생산했는데 이상하게도 아들 양쪽 어깨 위에 참새 모양의 점이 하나씩 있었다….
 
 ○…부산 북구 만덕동 금동 지장사 지공 스님이 주석한다. 스님의 고향은 함양군 수동면이다. 스님은 해마다 용추폭포에 와 방생을 한다.

 

▲ 용추계곡 위용!     © 함양군민신문

 

 방생은 살생(殺生)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살생을 금하는 것은 소극적인 선행(善行)이고 방생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선(善)을 행하는 일로 권장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생의 근거는 <금광명경(金光明經)>에 의하는데, 이 일을 행하는 시기는 보통 음력 3월 3일이나 8월 보름이었는데, 근래에는 일정하지 않다.

 

▲ 반야용선.     © 함양군민신문

 

 모년모월모일 오전 11시 40분께 용추폭포에서 지공 스님이 불자들과 함께 방생법회를 했다.  스님은 하얀 한지로 만든 반야용선(般若龍船)을 계곡물 위에다 띄웠다. 반야용선이란 지혜의 배를 의미한다. 불가에서는 고해의 세상을 건너서 극락세계로 가려면 이 반야용선을 타야 한다고 한다. 불자들이 ‘천수천안무애대비심다리니’를 3번 운다, ‘나무대비관세음보살’을 10번 외운다. 반야용선이 용추폭포 물을 타고 피안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지공 스님께서 법문을 하신다. “방생은 우리 불자들에게 자비심을 키워 줍니다. 방생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줌으로서 복과 덕을 쌓는 일입니다. 그 공덕으로 나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건강과 복덕을 준다고 합니다.

 

 <범망경>에서 “항상 방생을 하되 마땅히 방편을 써서 괴로움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고, <보현행원품>에서도 “모든 부처님께서는 대비심으로 체를 삼으시는 까닭에 중생으로 인하여 대비심을 일으키고 대비로 인하여 보리심을 발하고 보리심으로 인하여 등정각을 이룬다.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 속한 것이니 중생이 없으면 일체 보살이 마침내 무상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자비를 떠나서 선법(善法)을 얻을 수 없다. 모든 이를 부처님 대하듯 하라. 중생을 위하는 것으로 부처님에 대한 공양으로 삼으라” 고 간절히 당부하였습니다”

 

  방생법회가 끝나고 지공 스님과 환담을 나눴다.

 

 “용추폭포는 보면 볼수록 신비롭습니다. 저 폭포 바라보면서 줄이 없는 거문고(沒絃琴)를 타면서 선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고 싶습니다. 이 곳에 움막 하나 지어놓고 아침저녁 방하착(放下着)하며 세월을 보내고 싶소이다”

 

 방하착이란, 무엇에 집착한 마음을 다 놓아버린다, 텅빈 마음을 갖는다는 말이다.

 

 -스님께서는 지리산 함양땅과 많은 관련이 있지요.
 “함양 수동면 상백리에 내 태(胎)가 묻혀 있지요. 세속 나이 스물 전후 집안에 우환이 닥쳐 그 후유증을 이겨내려고 산문에 들어섰습니다. 합천 해인사에서 계를 받고 지리산 칼바위 토막, 함양 백운산 강연대 토굴 등에 가 선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소승이 용맹정진한 터가 거의 지리산 쪽이네요, 여하튼 지리산에서 밤낮 정진을 하다보니까 일체 망념이 사라지더군요. 특히 백운산 상연대는 예부터 이 곳 토굴에서 전심수행하면 영통한다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지공 스님은 이외 휴천면 독바위, 문수암 뒷산, 서성면 깃대봉이 마음수련하는데 아주 좋다고 말했다.

 

구본갑 논설위원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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