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250원으로, 함양 버스 100배 즐기기①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1/29 [15:18]

 

▲ 임창호 함양군수가 함양시내버스터미널에서 서상면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불편사항이 없나 체크하로 왔슴니더”     © 함양군민신문

 

◆큼직한 돌에 두 개의 구멍
○…“구광루(九光樓)를 아십니까?”

 

 남덕유산 자락 영각사(靈覺寺)에 있는 누각이다. 영각사는 함양군 서상면 덕유월성로 567에 위치해 있다. 구광루(九光樓)…누각 이름이 사뭇 이색적이다. 아홉 개의 빛, 구광이라는 이름은 『화엄경(華嚴經)』에서 따온 말이다. 『화엄경』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아홉 곳에서 설법을 하셨다고 한다. 그때마다, 설법하기 전에 백호에서 광명을 놓으셨다고 한다.

 

 필자는 몇해전 영각사에서 ‘불목하니’로 몇 개월 머물렀었다. 숙소는 구광루 1층 스님들의 선방. 이른 새벽(薄明) 선방 문을 열면 새벽잠 잃은 산새들의 울음소리, 남덕유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여간 정겹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휘늘어진 꽃가지 밑을 거닐면서 꽃의 아름다움만 감탄할 때, 지혜로운 이는 꽃을 피우려는 뿌리의 고단함도 함께 살핀다고 했다.

 

▲ 영각사 구광루. 구광(九光). 『화엄경』에 적혀있기를…부처님께서 ‘화엄경’을 보광법당(普光法堂)을 비롯하여 일곱 곳에서 아홉 번(七處九會) 설법하시고 중생을 교화하셨다고 한다. 매번 설법하실 때마다 부처님께서는 먼저 모든 중생들에게 두루 그 빛이 비치라고 백호(白毫)에서 광명을 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믿음을 내게 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설법하셨다고 한다.     © 함양군민신문

 

 필자가 이른 새벽, 구광루 뜨락을 거닐었다. 산새 울음소리에 넋이 나가 있을 제, 주지 스님께서는 이 시각, 대웅전에서 사바세계, 고단한 대중들을 구제하기 위해 아침예불을 드리고 계셨다. 영각사 초입에 이상하게 생긴 돌(바위)이 있다. 큼직한 돌에 두 개의 구멍이 있다. 저 2개의 구멍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주지스님께 여쭸더니, “소승도 잘 모르거쏘, 짐작컨대 구멍 한 개는 견(見), 또 다른 구멍은 성(性), 견성이 아닐까 생각허요”

 

 필자가 영각사 처사로 있을 당시(2013년), 절 재정이 아주 안 좋았다. 공양보살 줄 용채가 없어 서상면 신도 몇 분이 돌아가며 아침공양을 마련했다, 농사철에는 절에 올 수가 없어 스님과 필자는, 아침마다 찬밥으로 죽을 쑤어 먹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아침에 밥보다 죽이 더 좋소, 죽을 먹으면 한결 가벼운 몸으로 수행할 수 있지요. 새벽 별빛 아래, 죽을 먹으면 혈액순환에 좋고 몸과 마음이 안락해 집니다. 음색도 좋아지고…허허허”

 

 필자는 영각사에서 몇 개월 머물다가, 스님과 하직인사를 했다. 이런저런 인연법에 따라 외지로 떠돌다가, 이태전 다시 함양읍 언저리에 몸을 붙이게 되었다.
 
 함양읍에 살면서 몇 번이고 “아! 영각사에 한 번 가 봐야지, 가 봐야지…” 그러나 실천에 옮기지 못 했다. 까닭은 그 절까지 가는데 드는 차비가, 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왕복 9천원 정도 들었다.

 

 “에끼 여보쇼, 그 돈이 아까워서 천하제일 명찰(名刹)을 안 간다 말이오? 얼치기 같은 사람!” 

 

 “허허, 살다보면 호주머니에 그 돈이 없을 수도 있소이다”

 

○…새해 아침, ‘영각사에 가고 싶어도 차비가 없어 못 가는 신세’, 필자에게 가스펠송(낭보)이 날아왔다. 함양군이 1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 시행을 위해 지역 운수업체인 ㈜함양지리산고속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함양군은 지난해 12월 22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임창호 군수를 비롯해 ㈜함양지리산고속 양기환 대표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 시행 운송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이날 협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함양군 농어촌버스 전체 노선을 대상으로 거리에 상관없이 어른 1250원, 중고생 850원, 초등학생 600원의 단일요금제를 시행한다”

 

▲ 읍내버스정류장에서 김윤택 군의원.     © 함양군민신문

 

 단일요금제 적용구간은 함양군 관내에서 승·하차하는 경우로, 관내에서 승차해 타 시·군에서 하차하는 경우나 타 시·군에서 승차해 관내에서 하차하는 경우는 현재의 거리비례제 운임이 적용된다. 군 관계자는 “버스 단일요금제 사업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단일요금제는 버스요금의 실질적인 인하로 노인, 학생 등 원거리 오지지역 교통약자의 교통비용 부담 해소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양군의 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 시행은 필자 같은 가난뱅이에게는 복음이나 다를 바 없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함양군민신문에 ‘단돈 1350원 함양군내버스 타고 떠나는 여행’ 기사를 써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해서, 필자는 새해 벽두 부랴부랴 함양읍내 군내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영각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버스여행도 그렇다. 버스 창밖에 존재하는 산과 계곡만 보지 말고 산세(山勢)까지 살펴야 진짜배기 버스여행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함양읍에서 안의면을 경유, 서상면으로 가는 버스길에는 다양한 이야기꺼리들이 존재한다. 안의면소재지에 안의갈비만 유명한 게 아니다. 농협 하나로마트 옆 골목식당 토끼탕은 천하일미다. 서하 서상면 마을이름마다 깊은 의미가 깃들여 있는 바, 가령 서상면 식송마을, 이 마을 이름 속에는, 푸르고 푸른 소나무(영재)들이 배출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함양군에는 바다도 없는데 서하면에는 바다 해자 해평(海坪)마을이 있다. 왜, 산간마을 이름을 해평이라고 지었을까?

 

 서상면 옥산마을 뒷산 이름은 극락산이다. 극락(極樂)은 아미타불이 상주하고 있는 불교도의 이상향인 불국토를 말한다. 『아미타경 阿彌陀經』에 의하면, 극락세계는 서방으로 기천만 기십만의 국토를 지나서 있는 곳이며, 현재 아미타불이 설법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태어나는 사람은 몸과 마음에 괴로움이 없고 즐거움만이 있다고 한다.

 

 함양읍~영각사 버스 차창 밖에는 이렇게 흥미로운 기사꺼리들이 무진장 존재한다. 이 콘텐츠들을 하나씩 수집, 기사화해 보겠다. 

 

○…영각사행 버스를 탄 필자는 일단 안의면에서 하차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제일먼저 안의면 겨울철 별미 토끼탕(골목식당)을 먹어 보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안의면 맹주(?) 김윤택 군의원과 김기종 안의면 의용봉사대장 부자(父子)가 식사를 하고 있다.

 

 “(김윤택 군의원의 말) 구 선생, 안의면에, 우찐 일이오? 숨카둔 애인 있소?”

 

 “여차여차 해서….”

 

 “(김기종 대장의 말) 아 그렇습니까? 허허 버스요금단일화 특집 기사를 쓰려고 오셨다, 함양군에 버스요금단일화를 시행하자! 제일먼저 군의회에서 발제한 사람이 김윤택 의원 아니오, 이를 대서특필! 우리 김윤택 군의원, 노고를 격려해 주이소. 자자, 소주 한잔…”

 

 소주 한 잔 들이키고 낼름 토끼고기 한 점, 집었다.

 

 토끼고기는 용왕이 치료약으로 찾을 만큼 효능이 뛰어날 걸로 알려졌다. 용왕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영약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가 산중에 토끼를 꾀러 간다는 별주부전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 토끼탕을 먹고 있는 김윤택 군의원과 안의면 사람.     © 함양군민신문

 

 토끼탕은 요즘처럼 눈 내리는 겨울철에 즐겨 먹는 보양식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토끼고기는 ‘갈증을 치료하고 비(脾)를 튼튼하게 한다.’ 토끼고기는 콜레스테롤이 없어 고혈압과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의 예방에 좋다고 한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은 음식이다.

 

▲ 함양의 씨름 명인들이 지리산명가에서 포식하고 있다. 임창호 군수, 오일창 전 교육장 모습이 보인다.     © 함양군민신문

 

 한편 안의면 별미로는 금호천변 앞 ‘대지식육식당’의 육개장이다. 안의 여걸 약초꾼 송미향씨가 강력추천한, 식당인데 그 맛이 그윽하다. 안의향교 사무실 1층 ‘지리산 명가’ 별미는 뼈다귀 해장국과 지리산흑돼지삼겹. 거창군 위천면 황산마을 기(氣) 연구가 조광환 거사의 단골집이다.

 

 지리산 호랑이를 즐겨 그리는 이목일 서양화가는 안의교 너머 ‘강변포장마차’의 국수를 아주 좋아한다. “저 포차 국수 국물 속에서는 말이다. 삼천포 바다 냄새가 진동한다.”

 

○…소백산맥이 서남으로 뻗으면서 덕유산을 이루고 또 덕유산에서 동남으로 산줄기가 뻗으니 여기에 기백과 황석산이 있다. 먼 옛날 고대인들은 지구 모든 물체는 하늘로부터 기운을 받는다고 믿었다. 이를 가리켜 상응(相應)의 원리(correspondence)라 한다.

 

 고대 천문학 자료를 보면 기백산은 지상의 산이 아니라 우주 기운을 받는 산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기운이란 기성(箕星)을 말한다. (기성은 28수(宿)의 하나이며 청룡칠수(靑龍七宿)의 맨끝 성수(星宿)로서 별4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 별, 기성이 직접통치하는 산! 그래서 산 이름이 기백(箕白)이다.

 

 황석산, 엄청난 바위산이다. 생김새 자체가 대물(大物) 같이 생겼다. 정상 일대는 2개의 커다란 암봉(巖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봉(南峰)은 북봉(北峰)보다 더 뾰족하여 피라미드 형태를 이룬다.

 

 함양군 안의면에 사는 풍수가 박갑동 옹의 말이다. 

 

 “기백과 황석산은 함양군 안의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음양오행설에 입각하몬, 황석은 불 화(火) 기백 방위는 서(西)올씨다. 두 개의 산 사이에 있는 금원산도 금(金)에 방위는 서(西)입니다. 모두 서쪽 일색이지요. 서란 무얼 의미 하는가, 서방정토를 의미하지요. 『아미타경』에 ‘여기서 서쪽으로 10만억 국토를 지나 한 세계가 있으니 바로 그곳이 극락’이라고 했소.

 

 풍수학으로 보면 기백, 황석은 배가 바다로 향해 떠날 채비를 차리는 행주형(行舟形)이지요. 마치 서방정토를 향해 전진하려는 반야용선 모양을 하고 있소이다. 해서, 황석 기백산 자락에 있는 마을, 함양군 안의면 서하면 서상면은 우주적 기운이 감도는 독특한 곳이라 할 수 있소이다”

 

 박갑동 지관에게 함양 귀농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주거 명당을 천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특유의 웃음을 터트리며 “좋소이다, 내 고향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복채 안 받고 그 임무 수행하겠소이다. 식송(植松)마을.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영도동 장구지마을 남쪽에 있소. 소나무 송자를 파자하면 사람 인변에 공(公), 식은 무엇을 심는다, 참된 인재를 키운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식송마을 인근에 영각사가 있으니, 이 절엔 말이오, 다른 절에 없는 화엄전이 있지요. 화엄! 이 뭘 뜻하오? 광대하고 넓은 불(佛)의 세계를 말 하잖소. 화엄의 서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식송마을 사람들, 성정이 너무너무 좋소이다, 현재 이장은 홍정표, 50여가구가 살고 있소”

 

▲ 서하면은 곶감의 메카. 곶감축제 모습.     © 함양군민신문

 

 해평마을. 서하면에 가면 은행정이 있다. 이곳에 수령 800년의 은행나무가 있다. 이곳은 영화 ‘아빠는 딸’, ‘은행나무침대’ 촬영지로 유명하다.

 

 은행정 북쪽에 바다 해 평평할 평 해평(海坪)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 판타스틱한 전설이 있다. 마을 뒤편 산 속에 호랑이가 살았는데 호랑이굴 속에서 물고기가 나와 마을 앞 냇물에서 서식했다고 한다. 그 뒤, 마을 앞 냇물과 들이 넓다. 그래서 해평이라고 이름 지었다 한다.

 

 “평(平)을 측자파자하면 1(一), 팔(八), 십(十)이 됩니다. 180! 180은 수평을 의미하잖소. 평은 인간의 마음을 평온하게 겸손하게 해 줍니다. 평등할 때 평을 쓰지요. 해평마을 해평은 바다 지평선, 평화, 평등, 평온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평마을 남쪽에 관운정(冠雲亭)이 있다. 괘관산과 백운산 사이에 있어 관운정이라 이름 지었다. 정자 주변에 어우러진 소나무 숲과 계곡의 풍광은 백운·계관 간(間)의 으뜸 절경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