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타기 명수, 지리산 만물박사 ‘조종대’ 풀스토리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1/29 [15:13]

 

▲ “내가 말이다,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 데코 지리산에 올라가 안 있나…”     © 함양군민신문

 

“하마터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될 뻔했던 사나이”

 

○…“(인산죽염 김윤세 회장의 말이다) 지리산에는 전망 좋은 8대(臺)가 있습니다. 대(臺)는 높은 언덕, 전망이 좋은 곳을 말하지요. 1,금대(金臺), 2. 마적대(馬跡臺), 3.문수대(文殊臺), 문수대는 ‘지혜의 완성을 뜻하는 곳’ 으로 노고단이나 돼지평전에서 왕시리봉 길 남쪽 15분 거리인 함양군 마천면 군자리에 있지요. 4.연화대(蓮花臺), 5.묘향대(妙香臺)…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반야봉 밑에 있습니다. 지리산 10대 암자 중 제일 높은 1,450m에 위치하며, ‘반야봉 정수리에서 묘시방향에 있다는 뜻’ 으로 이정표가 없는 암자로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는 신비한 암자랍니다. 6.만복대(萬輻臺), 7.수성대(守城臺), 8.청신대(淸信臺)…아, 하나 빠트렸다! 나만 아는 대(臺)가 있는데 그것은 조종대올씨다?”

 

 “조종대는 지리산 어디에 위치해 있소?”

 

 “아, 조종대는 지리산 한군데 붙어 있는 기, 아이라 비호(飛虎)처럼 이 계곡 저 계곡 왔다리갔다리 합니다”

 

 “조종대?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나!
○…조종대씨(1947~)는 산악인이다. 1977년~1986년 함양군청 산림지도계 공무원, 1987년~2004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덕유산 담당 관리요원을 지냈다. 별명은 지리산 산(山) 다람쥐, 국립공원관리공단 재직 시 수백여 명의 조난객을 구출시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성삼재 노고단에서 출발 천왕봉 찍고 백무동 하산 하는데 딱 10시간 소요. 큰아들도 대(代)를 이어 국립공원 월악산에서 근무하고 있다.

 

▲ 소시적의 조종대씨. 지리산 천왕봉 비석 위에 올라탔다.     © 함양군민신문

 

“내 나이 올해 72, 그래도 산에 가면 붕붕 나른다. 함양땅에서 암벽타기 나 따라 올 사람 없다, 김윤세 회장이 나를 가리켜 지리산 9대(臺)라 캤다고? 허허허, 그 양반, 동양철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별명도 참말로 품격 있게 붙이고 그라네? 뭐라꼬? 지리산 덕유산 산악요원 근무할 기똥찬 에피소드가 없느냐고? 천지삐까리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고 조기 가서 막걸리 한잔하몬서 이바구를 하세”

 

 1월 25일 오후 3시, 올해 들어 최고로 추운 날씨다. 필자는 지리산 9대 조종대씨와 함께 지리산함양시장통 허름한 주막 ‘승리식당’으로 들어갔다. 난로 위에는 고구마 몇 개가 놓여져 있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술집이다. 안주값이 우선 싸다. 둘째 아줌씨 손이 크다, 봐라 이기(오뎅탕) 찟개다시 안준데 국물 맛이 죽여준다. 한번 떠무봐라, 구선상(필자) 내가 우스개 이바구 하나 하까? 며칠전 신문을 봤는데 부산 사는 산악인 권경업씨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됐데? 와 된 줄 아나? 그 양반 문재인 대통령 산 길라잡이 아이가, 일전에 문 대통령과 같이 네팔 티벳 등반도 같이 했지. 나 말이다. 권씨가 이사장 되었다는 뉴스 보고, 아! 사람 팔자 모른다. 권씨나 나나 똑같은 산 길라잡이인데 권씨는 이사장이 되고 나는 함양의 백수! 야야 한 잔 따라 봐라”

 

 조종대씨가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조씨는 그러니까,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 변호사의 산(山) 길라잡이였다. 김 변호사는 지리산에 올 때 마다 조씨를 찾아 “어이 조 선생, 내캉 같이 천왕봉 올라 갑시다”라고 채근했다.

 

 역사(歷史)에 by way of precaution(만일)은 없다. 그런데 만일에 말이다.

 

▲ 김광일 전 비서실장.     © 함양군민신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가 용상(龍床)에 올랐다면 조씨는 권씨처럼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으하하하, 구 선상, 맞제! 김광일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으하하하, 내가 국립공원 이사장 되는 거 아이가? 그기 정치고 인생 아이가?”

 

 조종대, 그는 지리산에 관한한 만물박사다.

 

 “구 슨상, 당신  묘향대에 가 봤나? 이 곳은 난다긴데하는 도(道)꾼들이 심신수련하는 곳인데, 도꾼들 아니면 이곳을 찾을 수가 없어, 미로(迷路) 미로 그런 미로가 없다, 연전, 천사령 전 함양군수가 나보고 어이 조종대, 니, 묘향대 알제, 나, 그곳에 가고 싶은데 길 좀 안내해 도고, 그래, 그럽시다, 갑시다. 천 군수한테는 슬픈  가족사가 있는데, 그 양반 그 업보(業報)를 해소할라꼬 묘향대 묘향암 같은 데 가서 명상수련을 하시곤 했었지.

 

▲ 바로 이곳이 묘향대.     © 함양군민신문

 

 묘향대에서 천 군수가 나보고 이런 말을 해. “…‘붓다는 무릇 있는 바 모든 현상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현상이 진실이 아님을 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이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않고,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도 바라지 않는다. 일이 쉽게 되기도 바라지 않고, 남이 내 뜻을 순종해주기도 바라지 않는다, 좋은 일을 당하든지 좋지 아니한 일을 당하든지 마음을 편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남 보기에 벙어리같이 지내고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어린아이 같이 지낸다” …구 슨상도 묘향대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데코 가케!”


◆김영삼과 지리산
○…대저, 정치거물들은 정치적 용단을 내리기 전에 지리산을 찾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삼 전 민자당대표이다. 1990년 김영삼은 노태우 대통령과 내각제 문제를 놓고 대판 싸운 후 지리산을 찾았다.

 

▲ 시장통 승리식당에서 지리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 조종대씨.     © 함양군민신문

 

 “맞아, 그때 그 양반 백무동 코스로 해서 천왕봉에 올라갔었지, 하산 후 박용운 함양군의원 모친 식당(마천 대성식당)에서 뒷풀이를 했던 걸로 기억돼. 김영삼 말고도 이기택, 김덕룡 같은 이가 지리산을 자주 찾았다네, 이 양반들이 왜 지리산을 찾았느냐?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얻어 내려고 그랬던 거 아이가?”

 

 지난해에는 MB(이명박) 저격수 정두언 전의원이 함양에 내려와 강재두 농부와 함께 산행길에 올랐다. 김두관 의원(전 경남지사)은 지리산 칠선계곡 두지터 문상희씨를 즐겨 찾는다. 
 
 김광일 비서실장의 경우는 다르다. “김 변호사는 야인이 된 후 그만 암에 걸려 고생을 했다. 말기암! 말기암으로 고생할 때 자주 함양에 왔었지, 산에 올라가려고, 내캉 산에 올라가 (그 양반) 바위 위에 가부좌하고 멍한 표정을 지으며 구름을 바라보곤 했었지, 그기 눈에 선하다.”


 한편, 영통가들은 혜안을 터득하기 위해 지리산을 찾는다. 전설적 영통가 개운조사, 휴천면 송정마을 박수무당 칠금사, 풍수가 야은거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 박수 칠금사가 장고, 징을 치며 산왕대신을 부른다.     © 함양군민신문

 

 “그들은 우리들 하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지. 신의 계시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바가 우리하고 180도 달라요, 겨울철 자욱하게 덮인 흰 눈을 바라보며 백의관음(白衣觀音)이라고 안 카나. 열반할 때도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 미수생애 사바의 길, 몽환(夢幻) 아님이 없더라 카면서 허허. 우리 함양군이 말이다, 이런 도통한 도인들을 불러들여 그 뭐냐 축제 비수무리 항거 한번 해 보몬?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번 해 봤다. 도인들이 ‘옴바니반에홈’ ‘추령설성견면무비방(『옥추경』)’…주문을 외우고 지리산 산신령을 불러내고, 내 생각이 우떻노?”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원래 축제는 말입니다. 제천의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도인(道人)축제, 그것 잘만 하면 함양군 특유의 대박축제가 될 것입니다. 그건(축제) 그거고, 조종대 선생께서는 내노라하는 암벽타기 명인 아닙니까? 말년에 지리산 산악대학을 만들어 총장님 한번 해 보시죠?”

 

 “뭐라꼬? 대학총장! 음, 시켜 주몬 못할 것도 없지, 함양에 산악대학 하나 생기몬 진짜 죽여 줄끼다. 주변 사방에 산이 있어 일부러 캠퍼스 지을 필요도 없을 끼고. 오는 6·13 군수선거 때, 산악대학 창립 공약 내는 군수후보 있으몬? 그 양반 찍어줘야겠다 으하하하!”

 

○…조종대씨는 지리산을 주제로 많은 시를 창작했다. 그가 쓴 시 ‘산의 마음’을 소개한다.
 
 “산에는 흐뭇한 좋은 내일이 있고/ 서로를 위로하는 침묵의 숨소리/ 나를 기쁘게 하는 운해의 파도/ 바람은 세월을 가만 두지 않아도/ 찾는 이들이 가슴마다 희망이 솟구친다”

 

▲ 광활한 지리산 모습.     © 함양군민신문


◆지리산 8대(臺) 다이제스트
 1.금대(金臺)-함양군 마천면 가흥리에 있다. 창암산 능선을 마주보는 금대산(847m) 9부 능선에 자리잡아, 지리산 천왕봉의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며, 지리산 일대에서 제일 가는 수도처로 알려져 있다.

 

 2.마적대(馬跡臺)-함양군 휴천면 세동에 있다. 쌍계사에서 불일평전을 지나 국사암을 통과하면 길 오른쪽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바위다. 최치원 선생이 말에다 바구니를 묶어 함양 장날에 심부름을 보내면 필요한 물건을 담아서 다시 돌아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함양군에서 제작 배포한 ‘지리산 둘레길 안내도’를 보면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에서 송대마을 방향으로 길을 따라 약 1.2km 정도를 올라가면, 세진대/마적송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다른 표시로는 ‘소나무 쉼터’라고 되어 있다.

 

 3.문수대(文殊臺)-함양군 마천면 군자리에 있다. 노고단이나 돼지평전에서 왕시리봉 길 남쪽 15분 거리에 위치.

 

 4.연화대(蓮花臺)-뱀사골 뒤의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골 좌측 상부)에 있다.

 

 5.묘향대(妙香臺)-구례군 산동면 반야봉 밑에 있다. 지리산 10대 암자 중 제일 높은 1,500m에 위치, 지리산 마니아들은 이끼폭포와 연계하여 드나드는데,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신비한 암자다.

 

 6.만복대(萬福臺)-구례군 산동면에 있다. 성삼재에서 정령치 가는 길의 중간에 위치.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조망이 참으로 멋진 곳이다.

 

 7.수성대(守城臺)-남원시 인월면 중군리에 있다. 덕두산 중턱에 위치하며, 임진왜란 때 군사요충지였다.

 

 8.청신대(淸信臺)-남원시 산내면 중황리 상황마을에 있다. 삼봉산에 위치하며, 금대산과의 연결 산행이 가능하다.

 

구본갑 논설위원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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