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주변, 스토리텔링이 있는 막걸리주막 列傳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08/07 [14:32]

 

▲ 등구령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노라니 바로 이것이 신선놀음이로구나! 우측인물이 자칭 마천면 최고 천재 윤탕열씨.     © 함양군민신문

 

○…7월 중순, 함양군 함양읍 죽림리 어느 농가. 9순 치매 할머니가 한 사내(송만섭)를 바라보며 고함을 고래고래 내 지르신다. “만섭이 이놈~네 이놈 당장 우리집에서 나가!”

 

 노파의 아들이 어무이를 달랜다. “어무이요, 내가 요놈아를 용서 했심니다, 고정하이소, 인자 절대 내 한테 안 까분다 캅니다, 어무이, 인자 일마가 내 한테 절대충성 다 하겠다 캅니다”

 

▲ “어무이 고정하소서, 제가 만섭이를 용서했심니더”     © 함양군민신문

 

 노파의 아들이 만섭씨를 껴안으며 (남의 김대중 & 북의 김정일처럼) 화해의 제스처를 연출한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순 노파가 계속 만섭씨를 향해 고함을 내지른다. “만섭이 네 이놈, 우리집에서 당장 나가!”

 

 아들 이름은 조용우, 몇년전에 함양군수에 출마했다가 출마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조용우 씨는 현재 서울 송파구에 산다. 모 건설회사 대표. 그는 한 달에 한 번 모친을 간병하기 위해 고향집을 찾는다. 아침일찍 조용우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구 기자님, 우리집에 오소, 닭백숙에 막걸리 한잔하며 조찬을 즐깁시다.” 해서 어슬렁~슬리퍼를 끌고 조씨 집에 갔더니, 구순 노파가 아들 친구 만섭씨를 마구 꾸짖고 있는 것이었다.

 

 “할매가 와 저라요?” 조용우씨가 킥킥 웃으며 “사연인즉, 내가, 오늘 아침에 만섭이한테 전화를 해, 우리집에 온나, 닭백숙하고 막걸리 묵자 그랬죠. 만섭이놈이 아, 아침에는 논에도 가봐야 하고 바쁘다, 못 간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고함을 팍 내지르며 만섭이 일마 니 인자 절대 안 본다. 앞으로 우리집 근처에서 깝짝 대몬 죽이뿐다, 그라고 니 핸드폰 번호, 내 폰에서 지아뿐다, 너 하고 영원히 이별이라고 성을 버럭버럭 내며 고함을 쳐 댔지요, 이 광경을 노모께서 유심히 엿듣고, 만섭이는 우리 아들의 주적(主敵)이다, 아주 나쁜 놈이다, 우리집에 와서는 안될 종자다! 라는 등식을 세웠나 봅니다. 조금 있다가 만섭이가 어슬렁어슬렁 우리집에 들어왔어요. 만섭이가 나타나자마자 노모가 저렇게 성화를 부리는 겁니다. 아들을 지키려는 갸륵한 모성애라고나 할까요? 으하하하”

 

 만섭씨가 방안에 놓여져 있는 참외 한 조각을 집어들자 노모, “오데다 손을 대노, 나가, 나가, 나가!”하며 빗자루 몽둥이를 들고 만섭씨 등짝을 마구 패댄다. 어이쿠, 오늘 만섭이 잘못하면 우리 어무이한테 맞아 죽겠네, 안 되겠다, 일단 우리집에서 철수하자. 일행은 잽싸게 조용우 노모집을 빠져나왔다. 오봉산삼봉산 매미소리가 요란스럽게 진동했다.

 

 “만섭아, 니가 이해해라, 니가 만날 어무이 집에 와, 우리 어무이 어디 안 편찮은지, 밥은 제대로 자셨는지 체크해주고 있는 거 내 다 안다. 이 은혜를 내가 우떻게 갚겠노, 막걸리 한 사발로 대신할 수 밖에, 가자가자, ‘번지없는 주막’에 가서 파전 한 개 시켜놓고 콩국시 한 그릇하몬서 막걸리나 푸지게 마셔보자~”

 

◆소고기국밥 명가 대성식당 따님이…
 번지없는 주막(010-5023-2089)은 함양읍 팔령치 죽림마을에 있다. 지리산 IC에서 함양 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있는데 가마솥 국수가 일품이다. 다음은 어느 여행객이 인터넷카페에 올린 번지 없는 주막 풍경. “리어카에 황토흙을 발라서 나무를 넣어 불을 피워 돼지고기를 굽고 있네요. 국수 밑반찬 김치는 땅속 깊이 묻어둔 것이라 감칠 맛이 나네요. 수백년 수령의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국수를 먹자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요”

 

▲ 재경향우 조용우씨는 고향에 오면 ‘번지 없는 주막’을 찾아 옛추억을 회상한다.     © 함양군민신문

 

 조용우씨가 함양막걸리를 만섭씨와 필자에게 따라준다. “고향에 오면 항상 이 주막에 옵니다. 주인장 아줌씨하고는 40년전부터 잘 아는 사이지요, 주인장 아줌씨는 읍내 최고별미집 소고기국밥의 명가 대성식당 따님인지라 음식맛이 유별납니다”

 

 조용우씨에게 ‘번지없는 주막’ 말고 함양에서 술맛 나는 선술집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시장통 역마차, 시장식당 등이 있지요. 이곳은 서민들이 애호하는 허름한 주막이지만, 주인장 인정이 흘러흘러 넘치는 곳이라, 종종 여기를 찾습니다”

 

 방랑시인 구삿갓(필자)은 노래한다. “천리 행장을 지팡이 하나에 맡기고 남은 돈이라곤 엽전 일곱닢 뿐, 주머니 안에 깊이깊이 꼬불차 놓은 잔돈 몇닢 깊이깊이 있으라 그렇게 타일렀건만 석양길에 그냥 우찌 지나갈 수 있겠닝교 하며, 함양시장 옆에 코딱지처럼 붙어 있는 시장식당을 찾는구나”

 

 장날 파장 무렵 시장식당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백태가 끼여 눈동자가 희뿌연 노인부터, 시장 왈짜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쌍욕을 해가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안주라고는 새끼감자조림, 청양고추 다져 조선간장에 졸인 것 뿐이다. 함양주당 오야봉 말에 따르면 함양군에서 가장 저렴한 술집이다. 필자가 2007년 함양에 처음 입성했을 때, 김현철(당시 추성리 산막 운영자) 씨가 “행님, 함양서 최고로 술맛 나는 집이 바로 이곳입니다”라고 이 주막을 소개했다. 이후 필자는 즐겨 이 집을 찾았다. 시장식당에서는 함양막걸리를 주로 판다. 함양 막걸리를 제조하는 함양양조장은 3대째 명가(선대 하종현 2대 기식 3대가 인수)이다.

 

 막걸리 타령을 하고 있자니 풍류도인 천지인이 생각난다. 그는 수동면 옛 효리 예배당에서 자연치유학을 연구하고 있다. 천지인은 노래한다. “술병은 천(天)이요. 술잔은 지(地)로다. 술은 천(天)이며 안주(按酒)는 지(地)라네. 그러므로 술병(甁)으로 술을 따른 후에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고는 다시 잔을 채운 후에 안주를 먹는다네. 술이 안주에 쏟아졌을 때는 그 안주를 먹어도 좋고 안주가 술에 빠졌을 때는 그 안주를 버려야 하네. 그 이유는 술은 천(天)이므로 안주에 쏟아진 것이 허물이 되지 않고 안주는 지(地)이므로 술에 빠진 것은 지(地)가 요동(搖動)하여 천(天)을 범(犯)한 것이므로 버리지. 그리고 안주를 먹는 일에 있어서도 첫 잔에 안주를 안 먹는 것은 양기(陽氣)가 아직 숙성하지 않은 까닭에 어린 남자가 여자를 취(取)하지 않는다는 뜻이라 할 수 있고. 또한 남에게 먼저 안주를 권하여 양보한다는 뜻이 있으므로 또한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막걸리하면 떠오르는 안주는 빈대떡이나 두부김치, 도토리묵, 김치전과 파전이다. 아차 하나 빠졌다. 막걸리 안주로 가장 빠질 수 없는 메뉴는 잘 익은 김치와 된장에 찍어 먹는 오이와 풋고추가 있도다!”

 

 천지인의 막걸리 ‘안주론’을 정면반박하는 소장파 도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 기당(箕堂) 김원식 서각가. 기당의 막걸리 안주는 농심 안성탕면. “라면을 박살 낸 다음 그 라면에 스프를 확 붓습니다. 소인은 요것이 막걸리 안주로 넘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백마을 구멍가게에 송혜교가?
 ○…백전면 서백마을 버스정류장 뒷편에 유럽풍 구멍가게가 있다. 우연히 서백마을에 들렀다가 이 집 앞에 마을사람들이 구멍가게 입구 간이 테이블에서 안성탕면 부스러기, 새우깡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서빙을 하는 여주인 얼굴을 흘깃 쳐다 보았는데 가히 절세가인이었다. 여름인지라 반팔 차림, 여주인 어깨선이 매혹적이다. 달빛같은 흰 얼굴에 붉은 곤지 찍은 듯 곱고도 요염함이 뭇 사내의 혼을 빼앗는다. 막걸리 한 통에 1000여원 짜리 새우깡 한 봉지 시켜놓고 주책 맞게 여주인의 이력을 물어본다.

 

▲ 백전면 서백마을 구멍가게 주인 이형순 여사.     © 함양군민신문

 

 “부산서 오래 살다가 어머니께서 치매투병중이라 간병차 왔다가 눌러 앉았어요, 서백마을은 원래 제 고향입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아닙니다.도시에서 악바리처럼 살다가 고향에 와 요즘 슬로시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나이? 몇 살로 보입니까? 48? 호호호, 고마워요, 에끼, 여보쇼 환갑이 지났답니다”

 

 서백마을에 절세가인 가게 아줌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읍내 주당 몇에게 제보했다. 이 빅뉴스를 접한 소장파 주당들이 허구헌날 서백으로 가, 새우깡, 안성탕면에 막걸리 타령을 하고 있다. 읍내 주당들이여 부디 조심조심, “너긋들 동네서 놀지, 말라꼬 우리 영역을 침범하노!” 서백의 원로 주당들이 대노(大怒), 너긋들 ‘니지구리합바바’될까 심히 염려된다.

 

◆함양소장파 주당들, 남원 산내로 총진군!
 ○…함양읍의 소장파 주당들이 서백마을을 점령하더니만 내친김에 남원 산내면, 술맛 나는 주막을 찾아 대장정에 나섰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금계~상황마을) 쪽에 등구령 쉼터(주막. 전북 남원시 산내면 황치길 153)이 있다. 등구령 쉼터(주막)을 찾는 마니아들이 존재해 눈길을 끈다. 개그맨 강호동, ‘옥이이모’ 드라마작가 김운경, 여류방송작가 호영옥, 이의진 원형문화 민속학 박사 등이 등구령 주막을 찾아 주인장과 밤새도록 대포를 마신다. 함양군 마천면 최고 수재(이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을 못했다) 윤탕열 씨의 사촌형이 운영하고 있다. 윤탕열 씨와 필자, 함양읍 소장파 주당 K 등 3명이 등구령 주막에서 일 잔을 했다. 주막 진열대에 누에술, 토종된장, 천문동 약술이 놓여져 있다. 저멀리 일망무제 지리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윤탕열의 말) 제가 말입니다, 박용운 함양군의원하고는 갑장친구인데요, 박용운 의원 어릴적 에피소드 제가 많이 알고 있심니더, 왕년의 함양만년야당투사 허태호 선생이 저의 외숙부입니다. 백무동에 가몬 호랑이 포수가 있었는데…, 송알에는 국내 최고 만신이 살고 있는데…우리 아부지가 마천면에서 최고부자였습니다. 마천면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쓸려면 언제든지 저를 찾길 바랍니다”

 

 윤 천재가 이렇게 술 타령을 하는데 등구령주막(063-636-3514) 주인장이 오셨다. 참, 선(善)한 얼굴이다.

 

 ○…남원시 산내면 면 소재지에 살래국수집이 있다. 주막 주모는 백전면 녹색대학 출신이다.  국내산 멸치만 사용, 육수를 낸다. 이 국수집의  산나물과 오미자 등을 부재료로 국수를 만든다. 고영창 (조계종 불교산악회 부회장) 등산인은 지리산 등반하기 전, 꼭, 살래국수집에 와 국수 한그릇 먹는다. “맛이 독특합니다. (경기 연천) 망향국수 맛보다 더 맛있네요. 산 속에서 먹어서 그런가? 국수 육수 속에서 지리산 내음이 물씬 풍겨요. 저는 살래국수집에 오면, 오미자효소 비빔국수를 즐겨 먹습니다”

 

▲ 남원 산내면 살래국수의 이색풍경.     © 함양군민신문

 

 살래국수(070-9975-6080)에 가면 함양(東) 남원(西) 동서화합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마천솔막걸리와 인월막걸리를 주전자에 넣고 혼합, 나그네 술상에 올린다.

 

◆오도재 주막에 가 옹녀 기운을 받아라
○…풍수학자 장영훈의 책 『영남의 풍수』 411쪽에 변강쇠와 옹녀 이야기가 나온다. “파란만장한 불상사의 곡예 끝에 변강쇠 옹녀 두 남녀는 팔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함양땅 등구마천에 둥지를 튼다”

 

▲ 옹녀를 만나는 길목(일주문) 오도재 주막 풍경.     © 함양군민신문

 

 변강쇠와 옹녀가 질퍽하게 운우지정을 나눴던 등구마천 가는 길목에 오도재 주막(010-4593-2451, 주인장 조명환)이 있다. 이 주막 뒤편에 변강쇠 옹녀 가묘가 있다. 또 이곳엔 옹녀 옥문에서 분출하는 샘물이 있는데 이 샘물 한 모금하려고, 천하 풍류가객이 즐겨 찾는다. 필자도 양기가 쇠잔해지면 즐겨 옹녀 가묘에 가, 옹녀의 기를 온 몸으로 받는다.
 
 옹녀 기운을 받고 나서 오도재 주막에 들렀다. 이곳에서 마천솔막걸리를 한잔 하노라니 사적환시(私的幻視)인가? 눈 앞에 옹녀 얼굴이 어른거린다. 눈 앞에 나타난 색녀 ‘옹녀’를 쳐다보며 넋이 나간 듯 천하명창 신재효 흉내 내며 판소리 ‘변강쇠전’을 불러 보았다. 

 

▲ 남성들에게 강력한 힘을 전해주는 옹녀샘.     © 함양군민신문

 

 “평안도 월경촌(月景村)에 계집 하나 있으되, 얼굴로 볼작시면 춘이월(春二月) 반개도화(半開桃花) 옥빈에 어리었고, 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蛾眉間)에 비치었다. 앵도순(櫻桃脣) 고운 입은 빛난 당채(唐彩) 주홍필(朱紅筆)로 떡 들입다 꾹 찍은 듯, 세류(細柳)같이 가는 허리 봄바람에 흐늘흐늘, 사주(四柱)에 청상살(靑孀煞)이 겹겹이 쌓인 고로 상부(喪夫)를 하여도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게 단콩 주어 먹듯 하것다. 오도재 주막 주인장! 마천 막걸리 한 주전자 더~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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