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함양군 ‘여행상품’으로 팔아보자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05/29 [11:45]
▲ 정경화 시인이 스승님에게 바치는 시를 낭송하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함양군민 중에,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이색인물을 몇 명 클로즈업(close up), 여행상품으로 팔아보면 어떨까?

 

 강화도에 함민복 시인이 산다. 함 시인은 원래 충청도 출신. 서울서 생활하다가 생활고에 지쳐 강화도 어느 갯벌 옆 동네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함 시인은 낮에는 망둥이 잡고, 밤에는 ‘강화’를 소재로 한 주옥같은 시를 창작,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함민복 시인의 목가적 삶을 동경했다. 사진작가 정용선은 “함민복 시인이 부럽네. 365일 함민복처럼 그렇게, 섬 생활은 할 수는 없고 한달에 한번 이나마 그 친구처럼 살고파, 강화도에 자주 간다. 이번 주말에도 강화에 가 망둥이 낚시해 볼 참이다”

 

 강화군은 함민복 시인 때문에 쾌재를 불렀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함민복 시인 신드롬 때문에 강화 지역 브랜드 가치가 엄청 뛰어 올랐다고 한다.

 

 한때 전북 임실군도 김용택 시인 덕을 톡톡히 받았다. 김용택 시인이 임실 군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로 담아 발표하는 바람에 임실군이 일약 여행의 명소로 부상한 적이 있다. 지리산 함양에는 함민복, 김용택 같은 사람이 없는가? 있다. 정경화 시인.

 

 정경화 시인은 선천성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필자는 감히, 정경화 시인이야말로 함양을 대표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자, 지금부터 왜, 시인 정경화가 강화도의 함민복, 임실의 김용택 시인보다 상품 가치가 높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다. 

 

 정경화는 1958년, 함양군 성심병원 옆자리에서 태어났다. 지금 이 자리는 함양서 노른자에 속하지만 당시엔 빈민촌이었다. 태어날 때 정상의 몸이었는데 3세때, 신경성전신소아마비를 앓게 되었다. 이로써 초등학교도 11세때 입학한다.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몸이 외로 꼬이고 사지가 뒤틀리는 장애인이었지만 생각하는, 사고는 무척 밝고 쾌활했다”고 한다.

 

 이때쯤 부친은 사망하고 어머니가 집안을 일으켜야 했다. 어머니는 시장 난전에서 소금과 멸치젓을 팔았다. 집안 가난 때문에 정경화는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했다. 남들처럼 노가다도 할 수 없는 신세…정경화는 자기 집 다락방에서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아마 이 다락방에서 독서를 하며 그는 꿈꾸었으리라. 어른이 되면 심금을 울리는, 시인이 되리라!

 

 “1958년에 태어나, 함양읍 빈민촌에서 자랐지.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함양중앙시장 난전에서 소금, 채소 같은 걸 팔아 우리를 키웠네. 나는 3세때 신경성전신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비틀어졌네, 초등학교 다닐 때 급우들이 돈을 모아 나에게 영양제를 매달 사준 기억이 나네, 공부는 아주 잘 했어, 전교에서 매번 1~2등 했다네. 세월이 홀러 어머니한테 뇌경색증전신마비가 찾아왔어, 이 때문에 어머니는 몇 년간 식물인간이 되어 골방에 누워 계셨는데 허참, 아들도 뇌성마비 어미도 전신마비, 슬픈 형국도, 이런 형국이 없었던 거라”

 

 1993년, 정경화는 동토의 땅에 어머니를 묻었다. 정경화 마음 속에 겨울밤 차갑고 모진 설풍이 불어댔다. 아,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이제 홀로 세업(世業)을 고생으로 닦아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주변에서 글 솜씨가 있다고 칭찬해 줘 지역신문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일하게 되었네.  지역신문에서, 내 딴에는 지역언론 창달에 힘을 썼고 장애인협회에서는 장애인들의 처우개선과 그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데 노력했지. 이런 생활을 하면서 시와 가까이 했네”

 

▲ 최근 시집 『내 사랑 물 먹는 하마』를 상재했다. 이 시집은 읍내 대암서점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 함양군민신문

 

 1995년 1월. 시집을 상재했다. 『선인장꽃은 가시를 내밀고 있다』 (도서출판 청학). 지리산 산골짝에 사는 장애인이 시집을 냈다 해서 동아일보 등, 메이저 신문에서 대서특필해 전국적 화제인물이 됐다. 세월이 흘러 그는 지역신문사에서 취재기자 일을 하게 된다. 이때 함양의 역사, 문화, 농업 무속, 군민들의 성공담, 실패담을 많이 알게 된다. 특히 함양 좌파 집안의 몰락사, 함양의 전설적인 걸인 비하인드 스토리, 출향인사들의 벼락출세, 지리산 무속인의 삶 등을 많이 알게 된다. 상림공원, 서암정사 같은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겠지만 여행 장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듣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를 쓴 세계적인 인류학자이다.

 

 그는 젊었을 때, 우연히 로버트 로위의 『미개사유』를 읽고 인류학· 민족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카두베오족과 보로로족을 방문·조사하여 <보로로족의 사회조직에 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 대학을 떠나 1년 간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히브족 등의 원주민 사회를 조사하기도 하였다. 1941년에는 미국으로 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연구하였고,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태생의 언어학자 야콥슨과 알게 되어 언어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야콥슨과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서의 구조적 분석>을 발표하였다. 이후 프랑스로 귀국하여 파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박사학위 논문이 <친족의 기본구조>라는 책으로 출판되자 프랑스 학계와 사상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필자는 정경화 시인과 술을 마실 때마다 레비스트로스 이야기를 했다. “자네가 알고 함양 비하인드스토리를 글로 기록해 보게. 함양 별미집 조양식당, 대성식당(소고기 국밥집)의 비하인드스토리, 지리산 빨치산들의 동란후 인생유전 그런 것 말이야. 레비스토르스가 그랬듯, 대단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지리산을 소재로 한, 내 고향 함양을 소재로 시를 쓰고 싶다, 읽으면 눈물이 나는 시!”

 

◆초등학교 선생님께 바치는 헌시


 # 눈물이 나는 시(詩)라! 2010년 8월, 함양군 함양읍 성림웨딩홀부페 연회장, 오일창 함양교육장 퇴임 기념식이 있었다. 오일창 교육장(당시) 초대를 받고 식장에 갔더니, 정경화가 보였다.

 

 “너. 오일창 교육장 제자 였나?”

 

 “응 초등학교 다닐 때 내 담임이었다, 오늘 선생님이 교육장 직에서 퇴임하신다길래 선생님께 바치는 헌시(獻詩) 하나 썼다. 이 시 나중에 낭독할 꺼다”

 

 하면서 누굴 소개한다. Q 서울대 교수. 정경화의 초등학교 친구요, 오일창 교육장의 제자다. 한 사람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시골에서 시를 쓰는 무명인, 한 사람은 국내 최고 대학 교수님? 그참, 천도(天道)에 춥고 더운(寒溫) 두 기운이 있다더니 여기도 딱 그 짝이네?

 

 이윽고 정경화가 단상에 올라가 오일창 선생님께 바치는 헌시를 낭독한다. 정경화 시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청중들 몇몇이 손수건을 꺼낸다.

 

 스승의 큰 사랑 심으신 선생님
 스승의 큰 사랑 제 가슴에 심으신 우리 오일창 선생님
 항상 결과를 먼저 보시지 않고 오직 최선을 다 했느냐를 살피시어
 꾸중을 주신 우리 선생님
 이 못난 제자가 돌아들어가는 길목마다 큰 바위 얼굴로 서 계시면서
 오늘도 후회없이 살고 있느냐 추상 같은 말씀을 주시는 우리 선생님
 나에게는 나를 일일이 지켜보는 내가 있음을 알려주시고
 또다른 나를 감시자로 붙여주신 우리 선생님
 저는 크게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제자인데
 이 제자에 대한 자부심 드러 내시어 언제나 얼굴 뜨겁게 하시는 선생님
 몸이 뒤틀렸다고 마음까지 뒤틀려 쓸모 없이 되지 말라고
 초등학교 4학년 어린 제자 손 따뜻하게 잡아 주셨던 선생님…(하략)

 

◆장예모 감독 ‘집으로 가는 길’
 ○…퇴임식을 마치고 정경화와 대폿집에 갔다.

 

 “자네 시를 듣고 감동 받았네. 바로 이 대목, 심금을 울리게 하더군. 몸이 뒤틀렸다고 마음까지 뒤틀려 쓸모없이 되지 말라고 초등학교 4학년 어린 제자 손 따뜻하게 잡아주셨던 선생님! 자네가 쓴 이 시, 소재로 영화 한 편 만들 수 있겠더라, 장예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 류(類)의!  오일창 선생님과의 추억…시나리오로 쓰면 걸작이 탄생할 수 있어”

 

▲ 정 시인이 마천 노래방에서 문길 시인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요즘, 필자는 정경화 시인으로부터 지리산 이색현장을 소개 받는 재미로 산다. 실상사 앞에 ‘소풍’이라는 카페가 있다. 정경화가 자주 들리는 곳이다. 주인 부부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고양이 새끼도 분양한다. 시인은 마천면 번화가 ‘훈이 노래방’에 자주 들러 멋지게 노래 한자락을 해 댄다. 훈이 노래방 주인 할매도 함께 부른다. 바로 이 맛,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를 거야!

 

 

▲ 신판수·이순희 농부 부부가 벌을 치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변비에 아주아주 좋심더
 ○…함양군 안의면 황곡리 독자마을. 신판수 농부(1946년생)는 50여년째 벌을 치고 있다. 벌들은 1kg 꿀을 만들기 위해 무려 560만개의 꽃을 찾아 다닌다고 한다. 독자마을에 수령 600년 느티나무가 서 있다. 그 느티나무 옆. 수백그루 밤나무에서 꽃망물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신판수 농부는 아내와 파란 양파 자루그물로 얼굴을 싸매고 벌을 친다. 신판수 농부는 거창신씨 양간공파(제3파) 32대손. 26세 때 마을 이장에 추대, 새마을 운동 기수로 활동했다.
 

▲ 함양 여주.     © 함양군민신문


 신판수 이장이 진두지휘, 독자마을 길도 넓히고, 농로도 만들고 초가집도 개량하고, 이른바 새마을 대약진운동에 전력투구했다. 그결과 독자마을은 새마을운동 우수마을 1위로 선정되어 당시로는 파격적인 부상으로 소 20두, 현금 4백만원을 받게 된다. 한편, 신판수 농부는 함양에 여주(고야)를 도입, 화제를 모았다. 여주는 함양의 차세대 특화식물로 자리 잡고 있다.

 

▲ 신이 내린 사진작가 신판수 농부가 사랑하는 아내를 촬영하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연전, 신판수 농부 벌치는 곳에 갔더니 사모님 이순희 여사가 쑥 연기를 피우고 있다.

 

 “벌들은 연기를 싫어 함니더. 이렇게 연기를 피워 놔야 사람을 공격 안 하능 거라”

 

 벌집에서 벌 타액이 흘러 넘친다. 꿀이다. 꿀은 벌이 꽃에서 빨아 드린 꽃꿀을 전위에 저장하여 벌통으로 돌아와 다시 토해낸 것을 말한다. 꿀의 주성분은 대부분이 당질이고 그 중 과당이 36~38%, 포도당이 34~35%이다.

 꿀은 자타가 공인하는 만병통치다. 비엔나 필하모니 교향악단의 천재 지휘자 칼빔은 희대의 꿀 애호가. 공연 하기 전 꼭 꿀을 먹었다. 꿀을 매일 먹으면 신체를 보(補)하게 되고 피부가 부드러워 진다. 지속적인 기침에는 대나무 잎을 검게 태운 가루를 꿀에 개어 조금씩 먹으면 좋다고 한다. 신판수 농부가 꿀 한사발을 건네며 “특히 변비에 아주아주 좋다, 설사를 할 때도 좋고, 꿀에 무즙에 섞어 다려서 먹으면 설사가 치료되지”

 

 신판수 농부는 꽃철에 따라 꿀을 뜬다. 아카시아, 싸리, 밤, 메밀꽃 등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은 밤꽃철이니 밤꿀을 뜨지. 밤꽃, 조 놈 한테 이상야릇한 냄새가 나지. 마치 남자 정액 비슷한 냄새가 나 양향(洋香)이 나거든, 그래서 밤꽃 피는 오뉴월 아낙네들은 이 냄새 맡기가 부끄러워 밤나무 주변에 얼씬도 안 했다오”

 

 “밤꿀의 약성은?” 

 

 “밤꿀은 밤 껍질 색깔처럼 짙은 갈색을 띠거나 검은 색을 띱니더. 색깔만큼 맛과 향도 강하고 쓴 맛이 있어 음식보다는 약으로 더 많이 이용도지요. 칼륨, 철분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위와 간을 좋게 하는데 효능이 있으며 기침을 가라 앉히는 데도 좋심더”

 

◆복숭아
 ○…신판수 농부는 복숭아도 키운다. 복숭아를 일개 과일로 생각하면 재미 없다. 복숭아 속에는 수 많은 우주 판타지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다. 중국인들은 복숭아를 숭배했다. 중국인들은 복숭아나무는 지상의 나무가 아니라 천국에서 온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른바 영목(靈木)이다. 그래서 왕권을 나타내는 홀(笏)과 마귀를 쫓아내는 마술의 지팡이는 반드시 복숭아 나무로 만든다. 복숭아 주성분은 수분과 당분이며 타타르산·말산·시트르산 등의 유기산이 1% 가량 들어 있고, 비타민 A와 폼산· 아세트산· 발레르산 등의 에스터와 알코올류· 알데하이드류· 펙틴 등도 풍부하다.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면역력을 키워 주고 식욕을 돋운다. 발육 불량과 야맹증에 좋으며 장을 부드럽게 하여 변비를 없애고 어혈을 풀어 준다. 껍질은 해독작용을 하고 유기산은 니코틴을 제거하며 독성을 없애 주기도 한다.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도 들어 있다. 단, 장어와 같이 먹으면 설사를 하고, 자라와 먹으면 가슴통증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판수 농부의 말이다.

 

 “복숭아는 피를 맑게 하고 위장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캅니더. 복숭아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실온에서 말랑말랑하고 속이 비칠 정도로 숙성을 시킨 다음 냉장고에 서너시간 두었다가 먹는 게 맛이 제일 좋답니더”

 신판수 농부 복숭아는 8월에 만개한다. “복숭아 껍질에는 해독 작용을 돕는 성분이 있심더. 복숭아를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째 먹는 것도 복숭아 효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복숭아 농장을 둘러보니 가히 무릉도원입니다. 서기 어린 기백산, 천하절경 용추계곡이 병풍처럼 둘러 싸여 신비감이 감돕니다. 서울 등지 사람들이 하룻밤 묵고 가면 엔돌핀이 왕성해 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복숭아 과수원을 도시 사람 쉼터로 개발해 봄이?”

 

 “허허 농막이 누추한데?”

 

 “무슨 말씀! 이런 시골 풍경, 아무데서나 못 봅니다. 사모님 알카리 무 김치 맛 대단하잖습니까. 도시 사람, 사모님이 방금 지은 보리밥에 알타리 무김치, 소박한 밥상 받게 되면 감동할 겁니다”

 

 부부가 동시에 “에헤이 비행기 태우지 마소!”

 

 (사모님 음식맛은 함양군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씨래기국이 별미, 씨래기에 황금빛 도는 햇된장을 넣고 끓였는데 잊혀진 고향의 맛 그 자체다!)
 구본갑 논설위원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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