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가 정원섭의 포부…“함양특산 瓦松으로, 세계로 진출하겠다!”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05/22 [15:49]

 

▲ 함양 지곡면 개평마을 고옥을 찾아 와송과 기와의 함수관계를 추적하는 정원섭.     © 함양군민신문

 

○…“농업이 진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밖에서 농업은 첨단혁신산업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규모가 되는 카길, 네슬러, 몬산토 같은 농산업 회사가 즐비하다. 나일론을 발명한 세계적인 회사 듀폰도 주력 분야를 섬유에서 농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첨단 미래농업의 한 분야로 주목을 받는 스마트팜의 세계시장 규모도 5년 후에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밖에서는 농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데, 왜 한국에서는 농업으로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가 없는 것일까?” -이정재(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협회 근무
 ○…정원섭(鄭元燮). 1971년 함양서 태어났다. 부친은 함양여고 교장을 지낸 정술근 선생이다. 부 정술근(84) 모 백숙자(75) 사이 2남2녀 중 장남이다. 정원섭은 위성초, 함양중, 진주 대아고를 거쳐 서울시립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89년 미국 미시건 주립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 협회서 해외홍보요원으로 16년간 일했다. 2013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귀향, 현재 향리에서 농사를 짓는다.

 

 “원섭이가 말라꼬 함양에 왔지? 그 좋은 서울직장 내 팽기치고, 농사 지을라꼬? 농사 그거 아무나 짓나? 새벽마다 삽 들고 논에 간다고 해 쌓는데, 우야든동 친구의 귀향을 축하합니다 (친구 권덕상)”

 

 “…어느날 요놈아가 (마천면) 도마마을 우리집에 찾아왔더군요. 하는 짓이 마치 천사령 전군수하고 똑 같아! 처음 보는 나를 꼭 껴안으며 하이고 행님요, 우리집 쌀이 떨어져 아침을 못 묵었슴니다. 식은 밥 있으면 좀 주이소. 그래, 이른 아침에 우리집에 우째 왔노? 도마마을 지명유래를 좀 알라꼬 왔어예, 왜 마을 이름이 ‘도마’인교? 그걸 내가 우째 아노, 도마 도마 하니까 도마(都麻)인 줄 알제, 제가 풍수 책을 껄적껄적 펴 봤더만 도마 옛이름은 두모(斗毛)라 합디다. 두모? 생전 처음 들어보네? 그래 두모가 뭐꼬? 두모는 흙더미 산더미 할 때 더미라는 뜻인데, 고대인들이 가장 신성시했던 길지(吉地)였다고 캅니다.

 

 요놈아야, 고향에 농사 지으려 내려왔으면 논에가 잡초나 뜯을 일이지, 마을풍수 연구는 말라꼬 하노. 시간이 그리 널널하나? 아, 그기 아입니더, 제가 살고 있는 고장의 뿌리, 자랑스런 고향의 전설들을 제대로 알아나야,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는 법임니더.

 

 함양(군)이 소지하고 있는 남다른 스토리텔링을 숙지한 후 농사를 짓고자 오늘 도마마을에 왔심니더, 도마마을의 생김새가 우떻길레 두모(斗毛)인가? 그걸 알고 싶어 왔슴니더. 행님 밥 좀 주소!….

 

 정원섭 이 친구, 사근사근, 친화력도 아주 좋아…글쎄, 서울내기다마내기, 온실에서 생활한 놈이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고 저리 까불어 쌓는데, 모리겠소, 고향땅에서 잘 적응을 할는지? 두고 봐야제 쯥. (도마마을 주민 한목수의 말)”

 

 마천면 강청마을에 사는 김태룡은 틈틈이 활을 쏘기 위해 읍내 활터 호연정을 찾는다. 2017년 5월. 김태룡이 발사대에 서서 활을 쏘고 있다. 김태룡 옆에 습사원 정원섭의 모습이 보인다. 저멀리 가로 여덟자 여덟치, 세로 여섯자 여섯치 과녁이 보인다. 김태룡 궁수가 활을 쏘면서 정원섭에게 궁도계훈(弓道戒訓勳)을 들려준다. “혼(魂)이 없는 화살을 날리는 것은 빈 활을 쏘는 거나 마찬가지다. 농사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슴을 비게 하고, 배에 힘을 주고, 앞손은 힘있게 밀고, 깍지손은 호랭이 꼬리같이 펴고….”

 

▲ 함양읍내 호연정(활터)에서 국궁을 배우는 정원섭. “활쏘기를 통해 옳은 마음과 바른 기상을 기릅니다.”     © 함양군민신문

 

 활쏘기를 마친 궁도인들은 십시일반 돈을 거둬 뒤풀이를 한다. 호연정 막내 정원섭이가 부지런히 주막집 냉장고에서 막걸리와 칠성사이다를 꺼낸다. 안주가 떨어지면 주모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반찬통을 열어 무채, 콩나물 무침을 퍼 온다. 한 궁도인이 농 삼아, “정원섭이 조노마 저거는 고향에 농사 지으려 왔다몬서 농사는 안 짓고 허구헌 날 활이나 쏘고, 임마 니가 한량(閑良)이가?”

 

 이에 김태룡이 말하길, “그건 아입니더, 원섭이야 말로 진정한 농사꾼입니다. 농사를 짓기 전에 활쏘기를 통해, 심신을 수련하잖습니까? 농사를 짓기 전에 고향땅 지명유래부터 공부하는, 함양 농업을 업그레이드시킬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입니더, 자자, 원섭아 한잔 받아라…”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
 ○…귀농인 정원섭을 만나, 귀향의 변(辯), 현재 무슨 농사를 짓고 있나? 자신이 생각하는 ‘함양농업이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언젠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께서는 아시다시피 『맹자』 『논어』 『중용』의 대가(大家)지요, 최근에는 『로마서』, 『요한복음』 연구를 하고 계시죠.

 

 선생께서는 우라나라 농업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도올 말하길 ‘우리나라의 당면과제는 남북화해, 민주화 추진, 농촌활성화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서 벌어들이는 재원은 한국 지디피 가운데 3%밖에 안 된다. 그렇다해서 농촌을 무시하면 안 된다. 농촌은 부모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 부모가 돈을 못 번다고, 괄시를 해? 이 쌍놈의 세상, 가난한 농촌한테 찔끔찔끔 직불금이나 주고, 그런 농업정책 다 때려치워야 한다.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를 도입. 농촌을 힐링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비싼 신라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것보다 지리산 오두막집에서 일박하는 기 훨씬 낫다, 바로 이런 게 농촌 어메니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내려가 삼빡한 머리로, 농민과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저는 도올 선생의 말씀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농촌 어메니티는 야생지, 경작지 경관, 역사적 기념물, 문화적 전통을 포함하여 그것이 자연적인 것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농촌 지역에 존재하는 모습을 말한다. 즉, 농촌 어메니티 자원이란 농촌공간에 존재하면서 우리에게 친근감과 쾌적감을 주는 모든 소재들과 그것이 연출하는 이미지를 일컫는 말이다. 농촌 어메니티 자원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골풍경과는 구별된다. 즉 농촌 어메니티자원이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움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농촌어메니티 자원의 가치가 인정되고 실현된다.

 

 -함양(군)이야말로 농촌 어메니티를 실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지요. 그래 그걸 실천하기 위해 고향땅을 찾았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도올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서 ‘컴’으로 들어가 선진국의 농촌 어메니티 성공사례를 알아보았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1991년부터 농촌 지역개발 프로그램인 리더(LEADER)라는 사업을 통해 농촌 지역경제를 다양화·활성화하고 있더군요.

 

 영국에서는 농가민박의 경쟁력 강화, 경관과 환경보전, 농지산책길 조성, 농지의 임지화 사업, 농업경영다각화사업, 농지임대화사업, 농장관광활성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농가에서 휴가를」 사업을 중심으로 농가의 농외소득을 향상시켜 이농을 방지하고 농업·농촌을 유지하고자 농촌관광을 추진하고 있고요. 일본에서는 1994년 「농산어촌 체재형 여가활동을 위한 기반정비의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농촌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촌관광은 농촌 어메니티란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있다. 농촌 어메니티는 연구자와 집행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의와 범위가 적용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생적 사업을 통한 농촌사회의 자연·사회·문화환경 보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맥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행하고 있는 농촌 어메니티,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산세수련한 내 고향 함양이야말로 농촌 어메니티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한 번 고향에 내려가 한국 최고의 농촌 어메니티를 실현시켜봐? 그런 마음을 먹고 보따리를 쌓습니다”

 

▲ 부친 정술권 선생. 함양 향교 발전에 일익하셨다.     ©함양군민신문

 

-소 팔고 논 팔아 어렵사리 서울 유학을 보내놨더니 서울생활 내 팽겨치고, 시골로 내려와? 부모님들이 서운했을 텐데?

 “제가 아버님을 논리적으로 잘 설득했습니다. 모두에 이정재 서울대 교수께서 말씀한 것처럼 지금 세계는 농업첨단혁신산업시대로 돌입했습니다. 우리 함양도 이에 발맞추어 농업을 혁신해야 합니다. 아버지에게 지금의 농업은 그옛날 농업과 180도 다르다. 농업이라는 뿌리를 기점으로 해서 인문학, 향토학, 관광자원화, 건강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그래 함양서 무슨 농업을 할끼고 묻길래, 저는 배낭 속에서 와송(瓦松) 씨를 꺼냈습니다”

 

 와송은 돌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산지의 바위 겉에 붙어서 살거나 깊은 산의 메마르고 척박한 비탈면이나 오래된 산사의 기와지붕에서 자라므로 바위솔, 지붕지기, 집웅지기, 탑송이라고도 부르며 기와지붕 위에서 자라는 그 모습이 소나무와 닮았다 하여 와송이라 부른다.

 

▲ 와송. “와송은 지붕의 기와 위에서 자라며 모양이 소나무 입을 닮았습니다. 특히 우리 몸의 해독작용을 돕는 효능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송의 주요 성분은 트리테르텐, 플라보노이드, 사이토카인입니다”     © 함양군민신문

 

 와송은 자칫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 잡초 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자연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한 약초이며, 높이는 30cm 정도이고 9월경에 흰색, 자주색 등으로 꽃이 피고 10월경에 열매를 맺고 시들어 죽는 야생초이다.


 번식은 포기나누기나 씨로 번식하며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모래흙에서 잘 자란다. 와송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생하는 야생 약초로 항암작용이 가장 뛰어난 신비의 약초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펴낸 『단곡경험방초(丹谷經驗方抄) 수민묘전(壽民妙詮)』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져 있다.

 

 “모든 병은 기에서 생기며 모든 통증도 기에서 생긴다. 회춘(回春)에 이르기를 기가 바람에 손상되면 아프게 되고 한기에 손상되면 떨리게 된다. 더위에 손상되면 열이 나며 답답해진다. 습(習)에 손상되면 종창(腫脹)이 되고 조기(操氣)에 손상되면 폐결(閉結)이 된다”

 

▲ 불자들이 기와에 가정의 행복, 무병장수의 염원을 기리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와송은 손상된 기를 회복시켜 주는 수호천사로 이름 높다.

 

 정원섭은 서울서 가져온 와송씨를 부친 고옥(古屋) 기와에 심었다.
 
◆술의 명인 노용신 선생을 찾아가…  
 ○…그는 향후 와송을 주재료로 오양주를 만들 생각이다. “주제 넘는 말이지만 제가 만든 와송주, 1차 함양차세대민속주 2차 세계로 진출시켜볼 생각입니다”

 

 정원섭 이 친구 비위살도 좋다. 2년전, 보무도 당당하게 함양 술의 명인 노용신 선생댁(병곡면 원산마을)을 불쑥 찾아갔다. 정원섭은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스승님, 저를 받아주옵소서, 과골삼천, 스승님의 지도를 받고 사람 몸을 청정하게 하는 술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노용신 선생은 정원섭의 뜻이 가상해, 술 만드는 법을 지도해줬다. 노 선생은 금강주를 만든다. 금강주는 전나무를 증기로 찐 후에 약 20%의 맥아를 더해 당화, 여과 발효시킨 뒤 연속증류기를 사용해서 순도 95% 정도의 무색 알콜을 얻어내 만든 술이다. 일전, ‘인산가’ 김윤세 대표가 필자에게 금강주를 한 잔 줘, 마셨던 적이 있다. 향기롭고 우주만물의 생기가 들어있는 명주였다.

 

▲ 모친이 아들 농장에 와, 농사짓는 법을 가르친다.     ©함양군민신문

 

정원섭은 신새벽 노가다 차림으로 지곡면 효산마을에 가, 5월의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며 흑염소 토끼, 고추밭일을 한다. ‘사문의 몸가짐이 육중하면 법 또한 여여해진다(僧重卽法重).’ 정원섭이 흘린 땀이 덧없지 않아서 좋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으리라. 촤르르 촤르르 햇살 부서뜨리며 종달새 울음소리가 울려오는 이 곳에 ‘섭이농장’이라고 옥호를 지었다. 농사일에 잼병인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읍에서) 급파, 고추모종 심는 법, 파종하는 법 등을 가르쳐 준다.

 

“시골생활이 즐겁습니다. 농사짓는 일도 즐겁습니다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재미가 솔솔찮습니다. 농사일을 마친 후 개평마을 고옥을 찾아 옛 기와를 감상합니다. 기와 중에 망새기와가 있습니다.

 

 망새기와에는 치미·용두·취두 등 용마루 좌우를 장식하는 용마루용과 도깨비 형상이 새겨진 귀면와·곱새기와·바래기·잡상 등 내림마루용이 있지요. 장식적인 기능 외에 잡귀와 화재를 방지하고자 하는 벽사의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저는 기와의 벽사(癖邪)를 깊이 연구, 이를 콘텐츠화해 볼 참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정원섭의 와송을 벽사(癖邪)에 대입시켜 약선(藥膳)식품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5월 초 함양읍에 봄비가 내렸다. 이른 아침 정원섭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친 고옥 기와에서 와송이 피었습니다, 아주 예쁘니 오셔서 구경하시지요”

 

▲ 고옥 기와에 핀 와송.     © 함양군민신문

 

  부친의 고옥(기와집)은 50여전에 지었다. 정원섭과 필자는 담장을 타고 기와지붕 쪽으로 다가갔다.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이라, 와송과 기와가 휘둥그스름하게 굽이져 태극모양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부처님에게 절을 올리듯  와송을 향해 합장을 했다. 정원섭의 귀농이 성공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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