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이색 음식맛’ 찾아 3만리 ②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02/20 [11:12]

 

▲ 한경택 전 휴천면장이 옥호없는 가게집 가마솥 두부를 먹고 있다. 옆인물은 가게주인.     © 함양군민신문

 

◆유태인과 콩!”
 ○…공무원 한경택은 함양군 건설과장, 읍장 등 요직을 지내다가 2011년이였나? 변방, 휴천면장에 부임했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쳐다보고 다음 말을 복창했다. “군수를 잘 보좌하여 요순을 뛰어넘게 하고 풍속을 순박하게 하리라!(致郡堯舜上 再使風俗淳)”

 

 여기서 요순이란, 중국 역사상 가장 좋은 정치를 펼친 요 임금과 순 임금을 말한다.

 

 휴천면이라? 한문으로 쓰면 休川, 흐르는 천(川)이 잠시 쉬어가는 곳, 지명 속에 힐링기운이 가득하다.

 

 휴천하늘에 청아한 구름이 맑게 깔리고 만추(晩秋)의 태양이 이제 마악 황혼녘으로 기우는 가을, 필자는 휴천 대통령 한경택 면장과 옥호없는 가게에서 대작을 했다.

 

 “여보게 구군(필자), 자네, 유태인 아나?” “이스라엘 말씀입니까?” “그래, 이스라엘…” “이스라엘 사람을 유태인이라고 하지요.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빠삐용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유태인 아닙니까?”

 

 한 면장이 필자에게 막걸리를 한잔 건네주며, “으흠, 유태인을 한문으로 쓰면 猶太 아이가? 와, 유태라 한 줄 아는가?” “모립니다.” “猶 , 똑같을 유, 마땅히 猶, 태(太) 하나님을 태라고 하네. 따라서 유태란 하나님과 똑같은 족속이다…”

 

 “오호 그렇습니까?” “태을(太乙)이라, 불교에서는 불가 최고 지존을 태을이라고 안 카나, 가장 큰 바다를 太平洋!이라고 부르지. 이 두부가 말이야, 한문으로 쓰면 콩豆인데 달리 太라고 하네. 흑태, 서리태, 쥐눈이콩을 서목태(鼠目太)라고 하지. 이 가게 두부는 말이야, 함양 주당 누구한테 다 물어봐라, 함양서 최고 맛있는 두부라고 말할끼다.


 나는 우리 함양에 이렇게 좋은 두부를 맹기는 집이 있다는 것에, 함양사람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네. 보라, 유유히 흐르는 저 엄천강, 눈부신 저 햇빛의 영롱함, 그 옆에서 그 아래에서 천하일품 두부안주에 막걸리 한잔 하는 함양 필부(匹夫), 힐링이 따로 있나, 바로 이기 힐링이지”

 

 “면장님, 풍월 지깁니다. 휴천면 풍수가 좋은가 보지요. 이 가게 두부 맛도 일품이거니와 저기 견불동 옻된장도 국내 최고 아닙니까?”

 

 “대저, 인걸은 지령(地靈)과 통한다는 말이 있네, 인걸만 그런가? 농작물도 지령이 좋아야 튼실한 열매를 맺지, 휴천 땅에서 나는 콩은 봉황의 기운을 받아 다른 데 콩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지. 마시게, 막걸리, 드시게나, 하나님과 동기동창인 휴천 두부를…으하하하”

 

 한경택 면장이 극찬한 옥호없는 휴천 가게 두부는 가마솥으로 만든다. 성철종정 시자 원택 스님에 따르면 “노장어른께서는 생전에 간경화로 고생을 했습니다. 두부가 간경화에 좋다해서 어른 공양 올릴 때 꼭 두부를 상에 올렸지요”

 

 함양읍 지리삼 함양시장에서 보건소 가는 길에 토종 두부 파는 데가 있다. CJ에서 출시한 두부가 1200원인데 이 집은 한 모에 3천원이다. 된장은 조그마한 병인데 1만원 받는다. 비싼 데에는 분명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렁된장 무거 밨나?
 ○…된장 이야기 하나 더 하자. 안의면 황곡마을에 우렁된장 만드는 데가 있다.
 
 여행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홍경윤 작가가 이 우렁된장을 맛보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안의면에 ‘덕마니 우렁된장’이 있다. 색소, 방부제, 화학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리산 일대 농가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질 좋은 콩을 엄선해서 사용한다. 100% 국산 유기농 콩에 직영농장에서 키운 우렁과 국산 천일염이 주재료인데, 천일염은 일조량이 가장 긴 7~8월에 생산된 것을 구해 6년간 간수를 뺀 후 사용한다’

 

▲ 우렁된장 제조가 정은교 대표와 여동생.     © 함양군민신문

 

 ‘덕마니 우렁된장’ 정은조 대표는 “전통된장 제조법에 우렁 분말을 발효하여 아미노산으로 변화시킨 다음 된장과 혼합하여 2차 자연숙성 발효화해 오랜 시간 동안 숙성 발효시키면 고 칼슘을 함유한 우렁 된장이 탄생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왕바위 우렁 된장으로 지난 2006년 특허를 받았다. 예로부터 우렁이 살을 식용했는데, 우렁이를 물에 담가 진흙을 토하게 한 다음 데쳐서 껍데기를 버리고 채소와 함께 먹거나 국거리로 이용했다.

 

 발효식품 기업답게 천정의 공장 안밖에는 어른 키만 한 항아리가 수백 개 있다. 항아리에는 솔잎효소와 된장, 간장 등이 익어간다.
  
 정은조 대표는 “대부분의 재료는 커다란 전통 가마솥에 넣고 찌거나 삶고 볶은 다음 자연 건조시켜 항아리에서 숙성되어진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읽고 필자는 우렁된장공장을 찾아 보충취재를 했다.

 

  …정은교 대표는 서울서 오랜간 살다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한참 고생을 했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 몇해전 안의면 고향집에 왔다.
 
 그녀는 시골에서 모처럼 여유를 즐기며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정양했다. 그것은 바로 오래 묵은 된장과 고향마을 논에서 자란 우렁이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우렁과 된장, 그리고 깊은 산에서 자라는 산양삼을 말려 분말로 만든 다음 이를 환(丸)으로 만들어 먹였다. 이후 그녀는 갖은 잔병에서 말끔하게 낳고, 원인 모를 불안으로 시달리던 정신도 맑아졌다.

 

 정 대표는 “된장 환이 어떤 약이냐고 묻자, 어머니가 발효법과 제조법을 집안과 오랜 인연이 있는 스님에게서 배웠다고 말씀하셨다”며 “말씀을 듣는 순간 고향 마을의 자연에서 난 식재료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수소문 끝에 스님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통해 어렵게 거처를 수소문해서 찾아간 스님은 오로지 물과 간장만으로 토굴에서 참선수행하며 용맹정진하는 선승(禪僧)이었다.

 

▲ 견불동 옻된장 명인 유발승(有髮僧) 이강영 씨.     © 함양군민신문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스님에게 가르침을 구한 끝에 스님으로부터 특별한 발효법을 전수받았다. 이후 그녀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안의로 내려와 왕바위의 기운을 받은 터에 농장을 차리고 각종 재료를 천연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다양한 발효제품을 만들고 있다.

 

◆안도현 시인 병곡전주에 넋이 나갔네
 ○…강성갑 전 병곡면장 안태고향은 병곡면이다. 병곡(甁谷), 이 지명도 예사롭지 않다. 유리병 꽃병 호리병할 때 甁과 골짜기 谷으로 구성되어 있다. 풍수책 『한국풍수대계』에 따르면 “병 모양의 골짜기에, 좋은 물이 난다”고 했다.

 

 모년모월모일 서울서 작가, 문학평론가 수십명이 함양을 찾았다. 박덕규 문학평론가, 이승하 중앙대교수, 안도현 시인, 박관식 소설가. 김수복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등이다.

 

 이들 중 김수복 교수는 함양군 수동면 출신이다. 당시 이들이 묵은 숙소는 병곡면 대봉산 아래 한 팬션이었다. 해서 주둔사령관 강성갑 면장에게 연락, “시간이 허락되면 이들과 소주 한 잔 하시라” 했다.

 

▲ 강성갑 전 병곡면장이 서울 작가들과 여흥을 즐기고 있다. 상 위에 놓인 노란 게 병곡전주다.     © 함양군민신문

 

 강 면장(당시)은 “그냥 오기가 뭐하다”며 병곡 전주 다섯병을 들고 행차하셨다. 전주빛깔은 와인처럼 투명했다. 박관식 소설가가 병곡전주 한 잔을 들이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캄캄한 여명을 뚫고 이른 새벽을 알리는 효계보명(曉鷄報鳴)의 술입니다”

 

 안도현 시인도 병곡전주 한 잔 하고 “10분간 침묵!”

 

 김수복 교수가, “호? 그래, 나도 한 잔 마셔보자.” 한 잔 마신, 김 교수, 잠시동안 넋이 나갔다. “이기 우째해서 막걸리입니까? 죽이네요. 이건 막걸리가 아이라 신라호텔에서 파는 스페셜 와인입니다요? 면장님 이거 우짜몬 구입할 수 있닝교?”

 

 강성갑 면장이 병곡전주의 내력을 설명한다.

 

▲ 병곡면사무소 옆에 위치한 병곡양조장.     © 함양군민신문

 

 “이 전주는 병곡면 사무소 옆 병곡양조장(주인 이종근·75)에서 제조합니다. 병곡전주의 비밀병기는 양조장 앞에 있는 우물입니다. 우물터는 밀봉되어 있지요. 병곡 양조장 안주인 민재옥 여사의 말에 따르면, 1951년 한국동란때 병곡에 와 술도가를 했다고 하네요. 전주인으로부터 전통 누룩 만드는 법을 배워 그 누룩을 빚어 술을 담그고 있답니다”

 

 전주(막걸리) 만드는 법은 대략 이렇다. 고두밥을 찐 뒤. 충분히 수분을 머금을 수 있게 담요를 덮어 8시간 방치한다. 8시간 후 백국균을 흩뿌리고, 균이 뭉치지 않게 2시간 가량 고루 섞어준다. 12∼16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1차 배양을 한 뒤. 2차 배양을 위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나무 상자로 옮긴다….

 

▲ 불교연구가 이남씨와 광주광역시 김영희 언론인이 구판장가게에서 병곡막걸리를 먹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강성갑 면장의 설명이 끝나자 김수복 교수는 “앗따, 그건 알겠고요, 전주를 우짜면 살 수 있나? 이 말입니다”

 

 이때, 홍결 작가가 “바보같은 질문! 병곡면사무소 옆에 양조장이 있다고 했잖소. 그곳에 가서 돈 주고 사면 되잖습니까아! 참”

 

 홍결 작가, 김수복 교수 혼내지 마라. 김수복 교수는 진정한 함양 홍보대사이시다. 김 교수는 창비(창작과 비평)서 출간한 자신의 시집 『외박』에 ‘함양 주막집 예찬시’를 발표하신 분이시다. 김 교수는 함양버스터미널 옆, 지금은 지리산둘레식당이라고 옥호를 바꾼 송월식당(주인은 구영복 전 함양군기획관리실장 형수)을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썼다.
 


 ‘추어탕을 먹는 저녁에’


 함양 시외버스 정류장 옆 송월식당 주인 조준영 할머니가 끓인 추어탕 맛에선
 가을 초승달의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달이 지나가는 우물 속으로 풍덩 던지던 두레박 소리도, 가도 가고 끝없이 들리던 추억의 소리가 숨은 뒤안길도 있다
 두고 온 절망의 뒷모습도 있다
 슬며시 내오는 간고등어구이 두토막에는 묵은 뒷간의 바람도 드나들었던 모양이다
 멸치볶음에는 고추의 저린 슬픔이 있어 더욱 슬펐지만 그 빛깔이 멍이 든 오래된 담장 같다 추석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다는 아들을 기다리며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밖을 내다보며 기웃거리는 달을 바라보다가
 바람이 차갑다고 낡은 문을 닫는
 그 눅눅하고 찬 사투리의 맛이 더욱 그윽한 추어탕을 먹는 초가을 오후 저녁,
 저물 무렵의 시외버스 정류장 너머 갈까마귀 날아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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